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0일이나 13일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헌법상 심판기관의 결정에 수긍하지않는다면 법치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헌재 결정 전 사실상 마지막 주말인 지난 4일. 서울 시청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인파는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쪽과 반대하는 편으로 나뉘었다. 현장에선 근거 없는 상호 비방 루머가 나도는가 하면, 일각에선 자신들의 견해에 상반되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경우 불복 행동에 나서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측은 박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내놓고 있다. 탄핵을 촉구하는 측도 탄핵이 기각되면 총파업, 동맹휴업 등으로 맞서겠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탄핵 심판 선고 이후 대한민국이 두 개로 쪼개져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은 물론, 인용을 바라는 쪽도 결과에 관계없이 승복해야 맞다”고 말했다. 광장에 모여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분쟁이 종결되기 위해서는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발의한 탄핵소추위원단은 가급적 법정에서 모든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면,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극단적인 선동 정치에 나서면서 법치 실종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1일에도 “오만한 법관들에게 ‘예. 무조건 승복합니다’ 이렇게 말해야만 선량한 국민이란 말인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박 대통령을 대리하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도 지난달 25일 열린 집회에서 ‘헌재가 탄핵 인용을 선고하면 불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조원룡 변호사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재심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문제를 삼겠다는 입장이다. 본인의 견해와 다르면 사법기관의 판단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회의원을 지낸 손범규 변호사 역시 같은 이유로 헌재 결정 불복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규 변호사는 “법조인들이 법리적으로 되지 않는 걸 주장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그런 발언을 한다면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까지 역임한 변호사가 법을 부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김 변호사는 “사건 대리인이 헌재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것은 헌법기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인데, 오히려 일반 국민이 그러더라도 변호사가 말려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한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은 “승복이냐 불복이냐를 거론하는 자체가 법치주의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의회에서 탄핵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국회 소추 외에 재판절차를 거치도록 이중장치를 두고 있다”며 “민의 대변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는 소추 절차에서,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법치주의는 헌재에서 반영이 되므로 당연히 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양쪽이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하고, 헌재 결정 이후에도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