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예보, SBI저축銀 ‘예의주시’
자산 5조 원대인 SBI저축은행이 업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가계 대출을 늘리고 있다. 증가세가 1년간 2배에 달해 가계 대출 잔액만 2조 원 중반을 웃돈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인 만큼 추후 연체율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대출을 약 2조6000억 원 단행했다. 전년 12월인 1조3425억 원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1.02%에서 61.9%로 급격히 늘었다.
이는 그간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던 OK, 웰컴 등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증가세를 웃돈 수치이다.
오히려 최근 OK저축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을 줄였다. 지난해 9월 전체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3.58%였지만 지난해 12월 71%로 감소했다.
OK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해 12월 약 2조2000억 원으로 SBI저축은행(약 2조6000억 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9월만 해도 OK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보다 가계대출이 2600억 원 더 많았었다.
석 달 사이 SBI저축은행이 가계대출 잔액과 속도 면에서 OK저축은행을 앞지른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대출 건전성은 아직 양호한 편이다. 고정이하여신액은 지난해 9월 기준 5137억 원으로, 전년 9월(7560억 원)보다 줄었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22.31%에서 11.69%로 감소했다.
하지만 감독 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으로 추후 연체율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강화되는 만큼 이에 선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정상’과 ‘요주의’ 대출의 충당금 적립은 각각 0.5%, 2%였지만 앞으로는 각각 1%, 10%(대출금리 20% 미만)로 늘어난다. 20%가 넘는 고위험 대출은 각각 1.2%, 12%로 20% 가중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SBI저축은행의 20% 이상 가계신용대출 비중은 62.48%에 이른다. 이 중 27~27.9%인 최고금리에 준하는 대출은 절반 이상(32.08%)을 차지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2013년 인수했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부실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을 키우려고 대출을 무리하게 단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비중 자체가 높은 웰컴과 OK에 비해 SBI저축은행이 결코 덜 위험하지 않다”며 “2018년 대손충당금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