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발판으로 유럽 관문 그리스 주목…피레우스항, 중국 기업에 인수된 뒤 활력 되찾아
중국이 재정위기의 수렁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그리스의 구세주로 부상했다고 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리스 핵심 항만인 피레우스항은 중국 기업의 품 안에 들어오고 나서 활력을 되찼았다. 피레우스항만공사(PPA) 본부 앞에는 그리스 국기와 함께 중국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으며 벽에는 중국어 간판도 같이 붙어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해 7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에 중국 국기가 내걸리게 됐다.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그룹이 지난 2008년 피레우스항의 컨테이너 부두 운영권을 획득했다. 코스코는 새롭게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최첨단 크레인 도입과 부두 신설 등으로 6억 유로(약 7300억 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피레우스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347만 TEU(20피트 컨테이너 한 대)로 7년간 다섯 배 이상 팽창했으며 그리스 국영기업 시대 100위 이하였던 세계 랭킹은 40위권으로 뛰었다. 코스코는 지난해 4월 피레우스 항만 전체를 인수했다. 이후 중국 색채는 더욱 강해졌다. 11명이던 PPA 이사회에서 7명의 그리스인이 떠나고 새롭게 동수의 중국인이 부임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새 여객선 부두 준공식에는 코스코의 쉬리룽 회장이 자리를 빛냈다. 이는 그리스와 중국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해졌는지를 상징하는 사례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연명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요구하는 긴축재정으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요원해 보였다.
이에 중국의 투자가 더욱 돋보이게 됐다.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의 발판으로 유럽의 관문인 그리스에 주목했다.
그리스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PPA의 새 경영진은 조만간 새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부유층 관광객을 끌어들이고자 여객선 터미널을 신설하고 선박 수리 거점을 정비한다. 코스코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투자액이 6억 유로를 넘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항만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국영 전력회사 스테이트그리드가 그리스 국영 전력회사에 24% 출자를 결정했다.
중국의 압도적인 자금력에 국영기업 민영화에 반대해온 현지 여론도 호의적으로 돌아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의 다른 국가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철도업체는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연결하는 350km 철도 구간 정비에 나섰다.
EU 내부에서는 중국의 이런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EU집행위원회(EC)가 세르비아-헝가리 철도 건설을 놓고 대형 운송사업 발주에 공개 입찰을 의무화한 EU 법을 어겼는지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정위기로 EU와 대립하면서 한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직전까지 몰렸던 그리스에서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물론 연간 5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 등으로 양국이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영국의 이탈로 결속이 흔들리는 EU의 현 상황을 투영하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