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곤충산업 2020년 1조2000억 규모 전망… 농진청, 5대 융복합 과제 선정
식용과 의약품, 화장품 등으로 쓰이는 곤충산업이 매년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곤충산업이 바이오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과 의약소재를 개발 중이다.
9일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 곤충산업 시장은 지난해 8000억 원 규모로 2010년 대비 배로 증가했다. 곤충 용도별 경제적 가치는 △양봉 3670억 원 △양잠 930억 원 △화분매개용 880억 원 △식용·사료용 700억 원 △곤충축제용 560억 원 △학습애완용 540억 원 △기타 330억 원 등으로 추산됐다.
2020년 곤충산업 시장은 1조2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식용곤충 산업은 1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곤충은 식용뿐만 아니라 의료용, 화분매개용, 환경정화용, 학습애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미래 식량난 대비 및 고부가가치 식품으로서 과학적인 안전성 입증을 거쳐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2014년 갈색거저리(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 △장수풍뎅이(장수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원료로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갈색거저리와 쌍별귀뚜라미가 일반식품으로 인정받아 식품공전에 등재됐다. 현재는 식용곤충 소비 확대를 위한 젓갈, 된장, 제과제빵 및 환자식 메뉴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을 인류의 식량난과 환경 파괴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세계 인구가 2050년경 약 90억 명에 달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이 필요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단백질, 지방, 미네랄 등의 함량이 많고 영양가 높은 곤충은 앞으로 식량 안보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FAO의 발표 이후 곤충의 식용 산업화는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식량으로서 곤충이 지닌 장점은 다양하다. 가축에 비해 사육 면적이 적게 들어 높은 토지 이용 효율을 보이고, 한 번에 수백여 개의 알을 낳으며 세대 순환이 빨라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좁은 면적에 키울 수 있는 개체수가 동물과 비교가 안 돼, 100평의 사육사에서 연간 약 10톤의 곤충 생산이 가능하다. 사료의 효율도 높아 곤충 1㎏을 키우기 위해 드는 사료는 2~3㎏이면 충분하다.
소고기 1㎏을 만들기 위해 드는 사료는 10㎏인데, 한 마리 소에서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소 전체의 40% 수준이다. 곤충은 전체의 80~90%를 식용으로 쓸 수 있다.
알부터 식용이 가능한 성충이 되기까지는 1~3개월이 소요돼 기간이 짧다. 또 분뇨가 적어 환경오염 문제를 덜 수 있다.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고단백, 고불포화지방에 더해 항염증, 항치매 등의 기능성이 계속 밝혀지고 있어 식품 소재로 가치가 올라가는 중이다.
이에 농진청은 5대 융복합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곤충산업을 지목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다양한 형태로 곤충 관련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고소애는 고단백 영양을 함유하고 있어 환자식으로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환자는 식사량이 저조해 체력 유지와 상처 회복에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된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 필요하다.
농과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영양실험에서 고소애 환자식을 섭취한 환자들의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고소애로 영양밀도를 높인 식사를 제공한 결과 열량, 단백질, 지질 섭취량이 일반식사를 한 대조군보다 유의적으로 높았다.
이에 농과원은 항암치료식, 삼킴장애 환자를 위한 연하곤란식, 치아보조식, 케톤식, 간질환식, 위장질환식 등 환자 상태에 맞는 다양한 식품을 개발했다.
문제는 혐오감이다. 그나마 식용으로 먹는 곤충은 번데기, 굳이 더하면 메뚜기 정도다. 이마저도 모양이 징그럽다고 꺼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에 농과원은 식품용 유충들을 동결 건조한 후 분쇄해 분말 형태로 제조했다. 외형에서 오는 거부감은 줄이고 영양 흡수는 살리기 위한 취지다.
동결건조 유충 분말은 식품으로서의 색깔과 풍미, 식감, 선호도 면에서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영양성분 분석 결과 대부분의 곤충이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원인 대두와 돼지고기(삼겹살 부위)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았다. 불포화지방산과 칼륨, 인 등 다양한 무기질 및 비타민, 식이섬유도 풍부해 식품으로 이용되기에 충분한 영양적 가치가 확인됐다.
농과원은 유충 분말을 선호도가 높은 식재료와 조합해 영양가 높은 메뉴로 개발하고 있다. 피자와 만두, 들깨미음, 초코머핀 등 기존의 음식을 만들 때 분말을 섞어 넣는 방식이다.
황재삼 농과원 연구관은 “지구상 최다종이면서도 미개발 자원인 곤충의 효능은 이미 동의보감에서 95종, 본초강목에서 106종 등이 보고된 바 있다”며 “곤충은 영양가가 높고 경제적인 식품이다. 기피 식품이 아닌 맛있는 음식이라는 개념으로의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