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질주해 온 탄핵 열차가 종착역에 다다르면서 정치권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여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일정을 최소화한 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탄핵 결과가 어떻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정계 개편에 대비한 물밑 작업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릴 각 정당들은 공식 일정을 줄인 채 신중하고 차분하게 기류 및 민심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또 인용이나 기각·각하 결론에 따른 당 입장과 5월 9일 대선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도 조심스럽게 점검 중이다. 여야 모두 “결과에 승복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지만 탄핵 심판 이후 를 준비하는 셈법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서다.
탄핵 기각 시 의원 총사퇴를 각오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친박·친문 세력을 겨냥하며 탄핵 이후 세력 확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정치를 이토록 망쳐놓은 친박(친박근혜) 패권 세력, 친문(친문재인) 패권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탈당으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야권에선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심상치 않은 정계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민주당 최명길 의원은 “탄핵 이후 당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가 개헌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3월 20일 이후 1차 탈당이 시작될 것”이라고 선전포고한 상태다. 최소 5~6명의 의원이 의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김종인 전 대표는 헌재 심판이 끝난 뒤 정계상황에 따라 자신의 할 일을 찾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향후 정계개편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탄핵이 이뤄지면 정권교체는 끝난 상황이라고 본다”면서 “대권 후보들이 지금 현재로는 한 10여 명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금 보이는 상황하고 전혀 다른 형태의 선거 구도가 짜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여야 대선주자들도 이날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헌재 선고를 숨죽인 채 기다리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공식 외부일정을 잡지 않았으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인터뷰 출연만 계획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잇달아 예방해 국민통합과 갈등 치유에 대한 불교계의 조언을 듣는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오전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취소하고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안보·경제·치안 등 분야별 대책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