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이 캐나다 제약사 밸리언트 투자에서 손을 뗐다고 13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사실상 애크먼이 투자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 캐피탈매니지먼트는 밸리언트 주식을 주당 11달러에 총 2720만 주를 처분했다. 이중 1810만 주가 보통주, 910만 주는 콜옵션이다. 퍼싱스퀘어가 2015년 평균 주당 196달러에 주식을 매입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헐값에 모든 지분을 처분하고 밸리언트에서 손을 떼는 셈이다.
회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애크먼이 이사회에 남아있을 것이지만 재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퍼싱스퀘어는 “현재 시가총액으로 보면 밸리언트는 퍼싱스퀘어의 1.5~3%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당 투자는 불균형적으로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퍼싱스퀘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통주 1810만 주에 대해서만 28억 달러(3조2188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전체적인 손실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했다. 밸리언트의 주가는 지난 2015년 8월에 기록한 최고치에서 90% 넘게 폭락한 상황이다. 이날도 애크먼의 지분 처분 소식에 시간외거래에서 11% 가까이 폭락해 10.93달러를 기록했다.
애크먼은 CNBC에 밸리언트 분식회계 스캔들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이사회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좀 더 빨리 지분을 정리해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밸리언트 주가 하락에 대해 자신의 투자 커리어에서 “가장 최악의 성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크먼은 그간 밸리언트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2014년에는 밸리언트와 함께 앨러간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도 했다. 밸리언트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자 대변인 역할도 자처했다. 2015년 장시간 콘퍼런스콜을 통해 밸리언트 투자 가치를 역설하며 2019년 밸리언트 주가가 488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파동 이후 밸리언트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조셉 파파 밸리언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80억 달러어치의 비핵심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밸리언트는 여전히 부채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