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겹경사를 맞았다. 이달 초 전자여권을 처음 수출한 데 이어 전자주민카드도 첫 수출 테이프를 20일 끊었다. 기세를 탄 조폐공사는 전자신분증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폐공사는 이날 대전 유성의 ID본부에서 중앙아시아 키르기즈공화국(키르기스스탄) 전자주민카드 출고식을 열었다. 공사는 이번 첫 공급 20만장을 시작으로 8월까지 키르기스스탄 성인 인구에 해당하는 300만장을 전량 공급할 예정이다.
키르기스스탄 인구는 총 560만 명으로 이 중 성인이 약 300만 명이란 설명이다. 카드(장당 2700원)와 발급시스템을 포함한 매출은 106억 원 규모다.
키르기스스탄은 국가 신분체계 확립과 전자정부 구현을 목표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4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민카드 일제 갱신을 시작해, 10월 예정인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 신분 확인을 위해 이번 카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전자주민카드 앞면에는 국적과 지문 등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됐다. 뒷면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리더기에 꽂으면 주소 등 신상정보를 알 수 있다.
이 밖에 홀로그램, 색변환잉크, 미세문자,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다중레이저이미지 등 첨단 위변조 방지기술이 적용됐다. 첨단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에 레이저 방식으로 발급되며, 접촉 및 비접촉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콤비칩이 탑재돼 보안성과 기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공사 설명이다.
김기동 조폐공사 ID본부장은 “이번 카드에는 공사의 7가지 첨단기술이 적용됐는데 한국의 주민등록증에는 2~3개만 들어간다”며 “기술력은 이미 갖췄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신상보호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위변조가 쉽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연간 3조 글로벌 시장 진입…업계 선도는 미지수
조폐공사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전자신분증 시장 규모는 연간 3조 원에 이른다. 독일과 프랑스의 3개 민영기업이 세계 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다.
그동안 조폐공사는 ‘몇 개국에 몇 만장 이상’ 등으로 수출 실적을 요구하는 진입장벽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2007년 ID본부 개설 이래 지난 10년간 15개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경쟁입찰 과정에서 번번이 유럽 메이저사와 타국의 조폐공사에 밀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조폐공사는 동티모르로 전자여권 1만4000권을 처음 수출했다. 총수출 예정물량은 15만권 규모다.
이번 전자주민카드 수출까지 잇따라 달성한 공사는 그동안 문을 두드려온 동남아,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눈을 돌렸다. 여세를 몰아 영업마케팅 강화에 나서면서 실적 확대로 연결시킨다는 계산이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66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해외 전자여권에 이어 전자주민카드까지 수출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올해 수출 7000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 5위의 조폐‧보안기업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고 기뻐했다.
공사는 내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연간 주민등록증 발급물량은 350만~360만 장, 여권은 400만 권에 이른다.
발급 이유는 신규와 분실‧훼손 등으로 나뉘는데, 여권의 경우 해외여행 증가세에 맞물려 미성년자 신규발급이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이 외 공무원증과 대기업 사원증 등이 ID본부의 효자 품목이다. 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와 대한항공 등이 사원증 제작을 맡기고 있다.
이번에 수출길이 뚫리면서 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패스트팔로어가 될 요건은 갖췄지만, 퍼스트무버가 되기에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진 시장은 이미 물리적인 전자카드를 넘어 신체 인식과 모바일 등 기기 속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분증의 데이터화 가능 여부에 대해 공사 측은 “호환이 되지 않는 별개의 기술이다. 전자신분증을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은 따로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