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67)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청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면담 뒤에 최순실(61)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 대표의 연락처도 받았다고 했다.
권 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공판에 나와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총수가 최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2월 22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는 "독대 당시 어떤 내용이 오갔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게 창조경제센터 운영이었다"면서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권 회장은 또 박 전 대통령에게서 포스코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관련된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딱 지정한 것은 아니지만 포스코 같은 기업이 (배드민턴 팀을) 지원해주면 대한민국 국가 체육 발전에 도움될 거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권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 공감을 표했다고 했다.
독대가 끝난 뒤 권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서 더블루케이 조성민 대표의 연락처를 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지난해 1월 설립된 신생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더블루케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느냐"고 물었다. 권 회장은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왜 이런 기업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이나 국가에서 관심을 두는 업체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의 연락처를 전달받은 권 회장은 황은연 사장을 시켜 더블루케이와 접촉했다.
권 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가 주도한 재단 출연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당할까 봐 우려했다는 취지다. 권 회장은 다만 "당시 포스코에 대정부 관련 특별한 현안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SK와 롯데 등 출연 기업을 상대로 뇌물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에 미리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