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21시간이 넘는 장시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후 11시 40분께 조사를 마쳤다. 이후 조서를 열람하고 오전 7시께 검찰청사 중앙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상 1~2시간이 걸리는 조서 열람을 7시간 정도 한 셈이다. 그는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느냐’, ‘송구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가장 송구한가’, ‘조사 받으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검정색 에쿠스 차량에 오른 뒤 귀가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국민에게 남긴 말은 ‘송구하다’, ‘조사 성실히 받겠다’ 단 두마디 뿐이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정리하고 영장 청구를 위한 검토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날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형사8부장 검사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혐의 전반을, 이원석(48·27기) 특수1부장 검사가 삼성과의 대가성 금전거래 혐의 부분을 조사했다.
특히 한 부장검사는 조사 시간을 11시간을 넘긴 뒤 이 부장검사에게 ‘바통터치’를 했다. 당초 검찰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한 박 전 대통령의 행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판단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제3자 뇌물수수로 결론냈다. 검찰이 어느 결론으로 가든 논리를 구성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혐의를 변경한다면 향후 대기업 수사 폭도 상당 부분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 강도 높은 추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순실(61)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의 대질신문도 고려했지만 이들 모두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무산됐다.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전망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뇌물 공여자인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과 공모자 최 씨와 안 전 수석,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문서를 유출한 혐의의 정 전 비서관 모두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의 ‘몸통’ 격인 박 전 대통령만 불구속 수사하기에는 검찰의 논리 구성이 쉽지 않다. 반면 검찰이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미치는 파장을 이유로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박 전 대통령은 세 번째로 구치소에 수감된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