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파괴” 어민들 강력 반발에 한정… “건축용 골재 가뜩이나 부족한데…”
정부가 내년부터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국가 정책용’으로 한정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와 어민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바닷모래 채취가 불가피할 경우 차기 해역 이용 협의 때부터는 바닷모래 사용을 국책용으로 한정하고, 채취 물량 역시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바닷모래 채취가 산란장을 훼손하고 어장을 파괴한다는 어업인들의 주장에 해수부는 지난달 국토부에 모래 채취 허가물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650만㎡)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두 부처가 어렵게 협상을 시작했지만, 전면 철회를 주장하는 어업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해수부는 브리핑을 통해 EEZ 바닷모래 채취를 국책용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이미 확정된 모래 채취가 끝난 후인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해수부는 이미 채취 연장이 결정된 올해에도 바닷모래 대신 적치된 4대강 준설토 등 육상골재를 우선 사용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모래 채취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관계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의 절차도 필요해 해수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조치가 나오면서 직격탄을 맞게 되는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남해 EEZ 모래 추가 채취 물량을 축소하면서, 가뜩이나 물량 부족 사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민간 사업에 남해 모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공사 중단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부터 남해 EEZ에서 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동남권의 모래 가격은 ㎥당 1만3000∼1만8000원에서 최근 2만5000∼3만2000원으로 2배 가까이 폭등한 상태다.
국토부 역시 해수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해수부가 바닷모래 사용과 관련한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딱히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모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동남권 민간공사의 공사비 영향을 추정해 보면 전체 비용의 약 1.1%인 19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늘어난 비용을 건설업계는 분양가에 포함할 수밖에 없어 결국 공공부문에는 세금이 투입되고, 민간부문에서는 주택가격이 올라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역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남해 EEZ 모래 채취를 전년도 수준으로 허가해야 한다”면서 “이후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대체 골재원을 마련하는 등 지역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