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민영화 1기 경영진이 27일 공식 업무를 개시했다. 이사회는 기존 11명에서 ‘8인 체제’로 개편되면서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은행의 사내이사는 은행장과 상임 감사위원 등 2명으로 종전의 4명을 2명으로 줄였다. 등기임원직 부행장을 없애 사내이사 수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한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5명으로, 직전 6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진도 한 명을 줄였다.
최대 주주(지분율 21.37%)인 예금보험공사 지명분인 비상임이사 1명을 포함해 우리은행의 민영화 1기 이사회는 총 8명으로 결과적으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을 각각 줄여 이사회 조직을 축소했다. 하지만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발언권이 크게 강화됐다.
◇과점주주 주도 집단경영체제 출범…국내은행 최초 시도 = 27일부터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에서 처음으로 과점주주가 주도하는 집단경영 체제를 시도한다. 스웨덴 최대은행인 스웨드뱅크(Swedbank) 등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모범적으로 유지돼온 선진 해외은행 사례를 벤치마킹해 안정된 지배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일차 경영목표다.
지난 24일 제183기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오는 2019년 3월 정기 주총까지 2년 임기가 확정된 이광구 우리은행 은행장은 “민영화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올해를 민영화 원년으로 삼아 과점주주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특히 이사회 구성에 있어 등기임원직 부행장을 없애면서 은행 자체 경영과 관련한 사내이사의 전문성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약화될 것이란 우려를 의식해 시중은행 부행장 출신을 감사로 임명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 행장과 함께 선임이 결정된 오정식 감사위원은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지낸 정통 은행원이다. 씨티은행에서 리스크기획관리본부장, 커머셜비즈니스 담당 부행장을 거쳤으며 2015년 3월까지 KB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다. 오 신임 감사는 내부통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은행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상훈 역할론’…우리은행-과점주주 간 소통창구 기대 = 향후 우리은행의 경영은 과점주주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이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은행 내부 임직원과 외부 과점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신상훈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도 정통 뱅커인 신상훈 사외이사가 과점주주와의 의견 조율 및 소통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및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 사외이사 역시 신한금융지주 사장 출신이어서 사외이사 주도의 우리은행 집단경영 체제에서 사내이사와 과점주주 간 사안별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구 행장은 “올해를 자산관리의 원년으로 삼아 방카, 펀드, 신탁, 4대 연금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고객맞춤형 포트폴리오 제공으로 고객 수익률 중심의 영업을 통해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