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캐비닛 공개해야” vs “법 어기란 정치적 요구”… 차관 인선 먼저? “궁여지책일 뿐”
5·9 조기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이 운영할 수 있는 인수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최대 30일로 묶이면서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 인선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각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각 부처 장관 인선엔 국무총리의 제청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조기 대선으로 당선되는 대통령이 최대 45일간 대통령직 인수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수위법 개정안 처리가 3월 임시국회에서 무산됨에 따라,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는 현행법이 보장하는 대로 30일 범위에서 운영될 전망이다. 기존 인수위는 대선 이후 대통령 취임 전까지 약 60일 동안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뒤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고 국무총리 후보 지명,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인선 등을 진행했다. 다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경우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잇달아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데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2월 25일 정부 출범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각료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과 각료 인선에 속도를 내야 정국 운영의 혼란을 조기 봉합할 수 있다는 데엔 정치권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은 정부조직 개편이 관건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더불어민주당에선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등의 개편 구상이 나오고 있다. 신설되는 부처 장관 임명을 뒤로 미룬다 해도 기존 부처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제청을 현재의 황교안 총리에게 받아야 할지, 새로운 총리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까지 기다린 뒤 제청을 받아야 할지 문젯거리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전임 정권의 총리에게 각료 제청을 받는 게 마뜩찮고, 새 총리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기까지 기다리자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주 확정되는 각 당 후보들이 우선 섀도캐비닛을 내놓고 국민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총리의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각 부처 차관 인사가 먼저 단행돼 실세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선캠프 수석대변인인 박광온 의원은 3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상 장관 후보자는 총리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섀도캐비닛을 먼저 공개하라는 건 법을 무시하라는 얘기”라면서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박 의원은 “장관보다 차관 인선을 먼저 한다는 것 역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궁여지책일 뿐”이라면서 “함께 일할 장관과의 논의 과정을 거칠 수 없어 모양새가 좋지 않고 바람직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은 추경호 의원은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선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조정실장, 각 부처 차관부터 먼저 임명해야 한다”며 “정부조직 개편도 새로 하면 장관 임명이 늦어지고 내각을 구성할 수가 없어 국정 공백이 더욱 심해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