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를 넘어 증권가에도 4차 산업의 열풍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됐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주요 의제로 선택된 것은 포럼 창립 이래 처음이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현존 산업은 대대적인 재편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업별 영향력이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되자, 증권가도 이를 주도할 기업 발굴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4차 산업, 종목별 차별화 심화 =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인 디지털혁명에 이어 공장이나 사물 자동화, 지능화 시대를 의미한다. 관련 산업으로는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스마트카, 스마트가전이 꼽힌다.
AI는 4차 산업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술이다. 현재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규칙을 학습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AI를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IoT와 자율주행 자동차다. IoT를 통한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산업의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홈, 냉장고 등 가전제품, 보안 등에 IoT가 적용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통신서비스의 주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주행 안정성 및 편의성 증대를 목적으로 미국을 포함해 한국, 유럽 등에서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4차 산업을 지원하고 선도하기 위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1만 개 공장의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무인항공기,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혁신 제품에 대한 실증과 시범 사업을 위해 법·제도 등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원하면서 제조혁신 기반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별로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거나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 차이가 커지면서, 격차가 확대되는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을 통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같은 혁신기업 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월마트, 타임워너와 같은 전통의 기업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네이버… 혁명 주도주 꼽혀 =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수년간 갇혀 있던 박스권을 돌파할 정도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와 같은 몇몇 기업들만 주가가 상승했을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부진해서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지금보다 심화될 거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도 4차 산업혁명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다만 4차 산업 관련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증권가는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공한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 위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국내 기업들 중 4차 산업과 관련해 유망할 것으로 판단되는 대표 기업으로 삼성전자, NAVER(네이버), 퓨전데이타, 어보브반도체, 삼익THK 등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반도체(시스템반도체 포함), 그리고 가상현실 등 대부분의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인공지능기반 대화시스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퓨전데이타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 기술인 가상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커짐에 따라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보브반도체는 IoT의 핵심칩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통신칩 제조기업으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또 삼익THK는 반도체,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는 자동화 기기·시스템 전문기업으로서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SK, SK텔레콤, NAVER, 현대모비스, 만도, 현대위아, 네패스, 어보브반도체 등을 4차 산업혁명 관련 대표 종목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