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신용등급 ‘BB+’로 한 단계 강등…남아공 랜드화 가치 폭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17년 만에 투기(정크)등급으로 전락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남아공 외화 표시 국채 신용등급을 종전 ‘BBB-’ 에서 ‘BB+’로 한단계 강등했다. ‘BB+’는 정크등급 중에서는 가장 높다. 남아공 신용등급이 정크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남아공 랜드화 표시 국채 신용등급은 종전 ‘BBB’에서 ‘BBB-’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했다. 그러나 S&P는 외화와 랜드화 표시 국채 모두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랜드화 국채 신용등급도 정크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재 남아공 신용등급을 정크등급보다 두 단계 위로 매기고 있으나 전망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강등을 예고했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사임 압박을 받는 등 정치적 혼란이 고조된 것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인도계 재벌가 굽타 일가와 연루된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런 가운데 지난주 재정 개선을 추구하던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자신의 측근인 말루시 기가바 전 내무장관을 후임으로 앉히는 등 전격적인 내각 개편을 단행해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전문가들은 재무장관 해임으로 가뜩이나 2009년 경기침체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진 남아공 경제가 더욱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아공 실업률은 27%에 달한다.
S&P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재무장관 해임 등으로 정책 연속성이 위태로워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경제침체와 재정상황 악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정 불안에 미국 달러화당 랜드화 가치는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랜드화 가치는 이날 장중 최대 2.5% 급락하기도 했다. 남아공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bp(bp=0.01%포인트) 오른 9.02%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강등에 주마 대통령 사임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연정 파트너인 남아공공산당(SACP)이 사임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칼레마 모틀란테 전 남아공 대통령도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마는 그의 결정이 신용평가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는 남아공의 신용을 무너뜨리는 무모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