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조기대선 본격 스타트…안철수 지지율 급상승, 문재인 독주 저지 위한 연대·보수층 표심이 변수
각 당에서 다섯 명의 후보가 대선 링에 오르긴 했지만 변수는 여럿이다. 한 달간 현재의 판세가 수없이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진보·중도 후보의 압도적 우세로 형성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에 맞선 비문(비 문재인) 후보들의 거센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다자 구도에서 양강 구도로 흘러갈 수 있으리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대선 출마와 이언주 의원의 국민의당행(行)을 시작으로 한 의원들의 커밍아웃 러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한 ‘새 판 짜기’ 시도도 앞으로의 대선판을 어떻게 흔들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비문 후보 단일화‘꿈틀’…‘안풍(安風)’역할할까 =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프레임 대결로 굳혀지는 양상이다.‘문재인 vs 비문(비문재인)’구도가 대표적이다. 일찌감치 문재인 대세론이 자리 잡으면서 ‘비문 후보 간 단일화’가 남은 대선의 가장 큰 변수가 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두드러진 안철수 후보의 약진이다. 4일 5자 대결(JTBC 조사)에서도 31.8%로 문 후보(39.1%)를 바짝 추격하며 양강 구도가 확고히 다져지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문재인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비문 연대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안 후보가 홍준표나 유승민 후보, 또는 제3지대 후보와의 ‘비문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승부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인위적 연대에는 선을 긋고 ‘국민에 의한 연대’에 방점을 찍고 있어 당장은 합종연횡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안 후보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토대로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주자들의 표심을 끌어와 달라진 ‘강철수’의 면모로 문 후보에 대적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수도권 재선인 이언주 의원이 6일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 안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철수의 ‘자강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대선 출마…‘통합정부’의 꿈 = 비문 연대의 또 다른 변수는 6일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대권에 출사표를 던진 김종인 전 대표의 행보다. 김 전 대표의 출마는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주요 4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모두 결정되자마자 ‘킹’ 역할을 자처하며 비문 단일화 구상을 현실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면서 나머지 주자들을 결집해 판을 새롭게 짜겠다는 포석이다.
대선 주자로 직접 나선 김 전 대표는 ‘대선통합연대’ 플랫폼을 만들어 우선 소속 정당이 없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등과 뜻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진보와 보수 진영 양쪽에서 세력을 모아 비문 진영을 완성,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 정립을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통합정부, 분권형 개헌, 협치 등이 연대의 고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이존’(회색지대)에 있던 비문 민주당 인사들이 김 전 대표의 지원에 나설 경우 비문 진영의 원심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비례대표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도 김종인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김 전 대표가 19대 총선 당시 영입한 뒤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돼 김종인계로 분류된다. 앞서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명길 의원도 지난달 29일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며 “김 전 대표를 도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위한 새로운 정치 세력 형성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 유승민 보수 단일화 물 건너가나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구속을 계기로 보수층 표심이 한곳으로 모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범보수 진영에선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모두 ‘보수의 적자’라고 외치며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와 심 후보를 ‘좌파’, 안 후보를 ‘얼치기 좌파’로 규정한 뒤 자신이 보수 단일후보가 되는 4자 구도가 형성되면 보수 지지층을 확실히 등에 업고 대권에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유 후보 역시 자신이 홍 후보를 누르고 보수적자 후보가 되면 문 후보와 안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3자 필승론’ 전략으로 대선에서 승기를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홍 후보와 유 후보가 모두 보수 진영의 적임자로 승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대의 접점을 찾기는커녕 기선 제압을 위한 두 후보 간에 설전이 격화되면서 단일화의 명분도 약화되고 있다. 홍 후보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지금 민주당 본부 중대, 2중대와 대선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결국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좌우 대결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후보도 에세이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홍 후보와의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쐐기를 박으며 ‘완주’ 쪽에 힘을 실었다. 다만 두 후보의 합산 지지율이 10% 남짓해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중도 단일화를 먼저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