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출신 자타공인 ‘경제전문가’… 朴에 ‘배신의 정치’ 낙인 극복 과제
하지만 반박과 소신으로 대표되는 정치색은 보수 진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선 후보로 완주하는 과정에서‘배신의 프레임’은 안고가야 할 주홍글씨다. 정치적 조직력이 약하고 강성 보수층의 외면가 지역 기반인 TK(대구ㆍ경북)에서의 냉대로 좀처럼 쉽게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엄친아 이미지 속 숨겨진 반항아적 기질 = 유 후보는 대구가 고향이다. 선친 유수호 전 의원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은 2세 정치인이다. 그는 1976년 대입 예비고사에서 차석을 차지한 끝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며, 이후 1981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게다가 판사 출신 정치인의 자제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유 후보를 원조‘엄친아’,‘정치적 금수저’로 평가한다. 하지만 집안 살림 형편은 넉넉치 않았다. 유 후보는 최근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서 어렸을 때 중이염을 앓은 자신을 위해 어머니가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선물로 들어온 영화 표를 팔다 암표 단속에 걸려 경찰 조사를 받은 일도 일화를 소개했다. 그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지금도 청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모범생 이미지와 달리 반항아적인 기질도 많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음성서클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으며, 고등학교 3학년 땐 경북고 야구부 결승전을 보기 위해 서울에 갔다가 우연히 TV카메라에 잡혀 선생님에게 크게 혼났다고 한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잘 나가는’연구원이었지만,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재벌 구조조정을 관치경제라고 비판하는 반골 기질 탓에 결국 KDI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까칠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사석에서는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승민 캠프를 총괄하는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 후보에 대해 “농담도 잘하고 재미있는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근혜 비서실장에서 배신자로 다시 ‘개혁보수’ 주자로 = KDI를 떠난 유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경제교사로 정계에 입문해 2000년 2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이 총재의 소개로 같은 대구 출신인 당시 박근혜 의원과 알게 돼 2005년 박근혜 당 대표 비서실장이 됐다.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정책담당 총괄단장을 맡았다.
그는‘할 말은 다 하는’ 참모였다. 2015년 4월 유 후보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됐으나 정부에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유 후보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해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본격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후보는 결국 원내 대표직을 사퇴해야 했고, 그 여파로 2016년 총선에서 그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 의원들이 대부분 공천에서 탈락하는 ‘공천학살’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면서 비박계 의원 30여명과 함께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 ‘개혁보수’의 기치를 들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유 후보는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 전문가다. 대선 후보 중 경제 분야의 전문성에선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는 평가다. 그는 ‘중도 보수’의 경제관을 갖고 있다. 재벌해체론자는 아니지만 출자총액제한 강화, 기업 오너 횡령·배임 처벌 강화 및 사면·복권 금지 등‘재벌 개혁’ 공약을 제시했다.
또 칼퇴근법, 비정규직 고용 총량 제한 등 노동 분야 공약에서도 진보 성향을 드러난다. 하지만 안보는 철저한 보수 쪽이다. 지난 5일 내놓은 국방공약을 통해서도 북핵 대응 강화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도입 등을 담아 뚜렷한 안보관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