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현대·기아자동차에 또다시 어닝쇼크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판매량 급감에 이어 대규모 리콜사태까지 터지면서 1분기는 물론 올해 영업이익 6조 원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관련 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1조2758억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조6783억 원으로 1.5%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순이익은 1조3779억 원에 머물며 22%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추정치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10.3% 하향조정됐고,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1%, 10% 밀려났다.
기아차도 별반 다르지 않다.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717억 원, 6481억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9.8%, 31.4% 주저앉았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판매량 급감이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1분기 중국 공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한 27만3000대에 머물렀다. 회복세에 접어든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반 토막(-53.6%)이 난 셈이다. 여기에 수출을 책임지던 미국까지 흔들리면서 두 회사의 1분기 글로벌 공장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174만9000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내수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세타2 엔진이 장착된 차량 17만1348대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렸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의 리콜 충당금이 각각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분기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그랜저IG’에 이어 연초 ‘쏘나타 뉴라이즈’, ‘올 뉴 모닝’을 잇따라 출시하며 실적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현대·기아차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목표 판매량 825만대 달성 위한 첫 단추가 완전히 어긋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2조 원의 상흔을 남겼던 노조와의 갈등이 이달 2017 임단협 상견례를 앞두고 벌써 잡음이 새어나고 점도 부담이다.
이에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됐던 현대차 올해 영업익 예상치는 최근 8% 넘게 하향 조정됐고, 기아차도 6.7%(2조6885억→2조5083억 원) 낮아졌다.
현대·기아차가 믿고 있는 실적 회복 카드는 신차다. 우선 이달부터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통해 판매 회복에 시동을 건 뒤 여름 정몽구 회장의 야심작 ‘코나(소형 SUV)’출시로 반전의 기회를 노릴 계획이다. ‘2017 서울 모터쇼’에서 호평을 받았던 기아차의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침체를 감안해 무리한 영업보다는 현지 수요 상황에 맞는 탄력적 대응으로 내실을 강화할 것”이라며 “전략 차종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코나와 스팅어 출시를 통해 수출과 내수 판매량을 모두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