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네거티브를 후회합니다” 어느 킹메이커의 편지
“뇌종양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병이 저의 인생을 돌아보고 여러분에게 이 용서의 편지를 쓰게 했기 때문입니다. 80년대는 우리 모두를 도덕적 타락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병이 저에게 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제 인생을 반성합니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죽음을 앞둔 한 남성의 속죄 편지.
그는 1988년 미 대선에서 만년 2인자였던 조지 허버트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든 킹메이커이자 정치 컨설턴트, 리 애트워터(Lee Atwater)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과 정적이었던 정치인들에게 보낸 이 편지는, 바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든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부시 전 대통령의 경쟁자는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 두 사람의 선거전 초반, 부시에게 17%p가량 앞서며 선전했던 듀카키스는 애트워터의 ‘네거티브 공격’에 결국 고배를 마셨습니다.
애트워터가 가장 먼저 공략했던 부분은 바로 듀카키스의 애국심 문제였습니다.
듀카키스의 아내가 반전시위에서 성조기를 불태웠다는 ‘소문’을 언론에 퍼뜨리고, 듀카키스가 학교 교실 내 국기에 대한 맹세 거부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에 반대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듀카키스에 대한 의심이 자라날 때쯤 애트워터는 본격적인 네거티브 선거 광고를 제작합니다. 바로 미국을 보호하는 방어 시스템에 듀카키스가 반대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듀카키스가 주지사로 있던 매사추세츠 주에서 주말 휴가를 나온 한 죄수의 범죄사건을 교묘하게 이용해 그의 정책을 비난하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듀카키스의 아내가 성조기를 불태운 사실도 없었으며, 국기에 대한 맹세 사건도 헌법에 따른 것이었고요. 미국을 보호하는 방어 시스템에 반대한 적도 없었습니다. 비난을 뒤집어쓴 ‘죄수 주말 휴가제’ 역시 부시가 부통령이었던 레이건 행정부가 가장 먼저 시행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한 것이었죠.
네거티브에 네거티브로 대응하지 않고, 포지티브를 유지했던 듀카키스의 결말은 ‘패배’.
하지만 그렇게 얻은 부시의 승리의 영광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임기 동안 경제적 문제, 위기 대처 미흡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죠. 그리고 그의 킹메이커, 애트워트는 1991년 부시의 임기 도중 뇌종양으로 사망합니다.
네거티브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국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환멸은 곧바로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1988년 대선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 논쟁 없이 비난만 가득했던 선거는 국민을 경제난에 허덕이게 했죠.
하지만 여전히 정당과 후보들은 선거전에서 네거티브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이 발달한 요즘 부정적인 루머는 순식간에 퍼지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대선이 채 한 달도 안 남은 우리의 선거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막바지 등장하기 십상인 네거티브 공방이 벌써부터 극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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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과 네거티브로 얼룩진 선거. 그로인한 정치에 대한 환멸과 퇴보, 그리고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가해지는 상처와 타격.
성숙한 유권자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