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2일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회를 열면서 후보간 후원금 모금 전쟁도 본격화됐다. 관심은 양강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 가운데 누구에게로 후원금이 더 쏠릴지 여부다.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달 2일 공식 오픈한 ‘문재힘 후원회’의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후원회를 연 지 이틀만에 9700여명이 8억여 원을 모았다고 밝혔을 뿐, 이후 모금액은 비공개에 붙이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1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경선 후보자후원회 후원 한도는 아직 채우지 못했다”면서 “고액 후원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소액 후원자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의 후보 1명당 선거비용 한도액은 509억9400만 원으로,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나선 문 후보로선 당내 경선 후보자후원회, 후보자후원회(예비후보후원회 포함) 각각 25억4970만 원(선거 한도액의 5%)씩 최대 51억 원 가량을 후원금으로 걷을 수 있다.
당 경선 때 후원회를 두지 않았던 안철수 후보의 경우 12일부터 열린 ‘국민의 동행’ 후원회를 통해 25억4970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안 후보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소액 후원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후보와 친분이 깊거나 유력 대선주자인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고액 후원금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투데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 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2012년 대선(예비)후보 후원회 내역을 보면, 유력 후보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정치인들이 여럿 눈에 띈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박남춘 의원, 전해철 의원,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해성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에게서 각각 1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문 후보 캠프의 장영달 공동선대위원장, 문용식 SNS본부 부본부장도 1000만 원씩 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 캠프에 몸 담았던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세 전 의원, 서상기 전 의원, 그리고 박근혜정부에서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 ‘SNS막말’ 논란에 싸인 안홍철 전 사장 등에게서 각각 1000만 원을 후원 받았다.
양 후보 캠프에서 공언한 대로 ‘개미군단’ 모집에 나선다 해도, 실제 어느 후보에 더 많은 후원자, 후원금이 몰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양 측 모두 후원자 수 및 후원금액이 국민적 지지와 비례관계에 있다고 보는 만큼, 대선이란 전쟁의 총알 확보 차원을 넘어 지지세 과시용으로 ‘후원금 대박’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인 건 안철수 후보다. 후원회를 늦게 연 데다, 지지율에서 문 후보를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충성도가 낮은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현재 지지자들이 후원금을 내는 데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안 후보가 가진 ‘부자 이미지’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자금을 충당하려 띄운 펀드에서 문 후보에 크게 밀렸다. 당시 무소속으로 나섰던 안 후보는 11월 펀드 출시 32시간 만에 100억 원을 돌파하고는 일주일이 넘도록 130억여 원에 머물렀다. 목표액이었던 280억 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던 셈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보다 한 달 앞서 ‘담쟁이펀드’를 출시해 56시간 만에 목표액 200억 원을 모은 뒤 시즌2까지 벌여 총300억 원을 모금했다.
안 후보로선 문 후보와의 단일화 의사를 밝힌 후였고 문 후보보다 뒤늦게 출시해 시기상 패착을 둔 데다, CEO 출신의 자산가라는 이미지가 펀드 모금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돌려 받고 나머지 금액은 15%가 세액공제되는 후원금과 달리, 대선펀드는 원금에 더해 작게나마 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 확실한 정치적 투자인데도 다수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안 후보는 후원금 실적도 문 후보보다 부진했다. 2012년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중도사퇴한 안 후보의 대선 후원금은 5억7022만 원에 그쳤고, 예비후보 시절부터 대선 전날까지 후원금을 모은 문 후보는 28억9001만 원에 달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선 후보별 펀드 출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 후보 측 모두 “검토 중이나 펀드를 출시하기엔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펀드를 내놓지 않는다면 양 후보 진영은 필요한 선거비용을 후원금과 정부 선거보조금, 대출 등으로 메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보조금의 경우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당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 124억 원, 국민의당 87억 원을 각각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