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선(63)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현대시멘트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졌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을 회장직에서 내쫓아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막았다는 이유로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부상준 부장판사)는 정 전 회장이 현대시멘트와 이주환 대표, 임승빈 전무를 상대로 낸 이사 해임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 회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법령을 위반한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이 회사의 전ㆍ현직 임원들을 횡령ㆍ배임 등으로 고소한 직후 회사의 주식 매매가 정지됐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 초래됐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상황에서 정 전 회장 해임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전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악화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 이사 해임 사유라는 정 전 회장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업활동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불확실성을 감안해 가급적 경영전문가인 이사의 재량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워크아웃 진행 중인 회사로서는 회사를 정상화해 하루빨리 워크아웃 절차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봤다. 게다가 관련 민ㆍ형사 사건에서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작았다고 했다. 앞서 정 전 회장이 김호일 전 부회장 등을 고소했으나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친조카인 정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시멘트를 경영해왔다. 그런데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정 전 회장과 현대시멘트의 싸움이 시작됐다. 현대시멘트는 2007년 파이시티 개발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에 1858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사업이 무산돼 성우종건의 부채를 그대로 떠안았고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임원들이 자신의 결재를 받지 않고 성우종건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김 전 부회장 등 전 경영진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현대시멘트는 이후 이사회 결의 없이 이들을 고소한 정 전 회장을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이 대표와 임 전무가 이사 의무를 위반했다"라며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이사 해임 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