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구와 근로자 시간당 생산량 증가율 고려하면 장기 경제성장률도 1.8%에 그칠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 경제성장률 달성을 정책 핵심에 놓고 있다.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이 모두 이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빡빡한 고용시장 환경이 트럼프 목표 달성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미국 고용시장은 꾸준히 개선돼 이제는 실업 문제보다 인력난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생산성도 느리게 개선되고 있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데 난관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는 노동인구 성장세와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량 증가폭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일 수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앞으로 10년간 노동인구와 시간당 생산량 증가율이 합쳐서 약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미국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도 일치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2%에도 못 미쳤던 미국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3~4%대로 높일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지만 현 고용시장을 살펴보면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제초기와 제설기를 생산하는 에리언스는 최근 경기호황에 힘입어 생산량을 40% 늘릴 계획이었지만 일손 부족이라는 병목현상에 직면했다. 에리언스는 인근 그린베이에서 소말리아 난민들을 고용하고 채용 광고 등으로 월 1만5000달러(약 1676만 원)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는 지난 2015년 대형 안경업체 룩소티카그룹과 손잡고 안경매장을 대폭 늘리려 했지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었다.
빠른 경제성장은 1999년 정점을 찍고 나서 정체상태에 있는 가계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대규모 감세와 군사비 지출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칠 여지를 주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지상과제나 다름 없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트럼프 감세 계획을 공개하면서 “이 계획은 경제성장으로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만일 트럼프 정부가 공언한 대로 앞으로 10년간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선을 유지한다면 정부 재정수입이 추가로 3조7000억 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업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는데 필요한 노동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핵심 생산연령으로 간주되는 25~54세 인구는 연평균 증가율이 0.1%에 불과했다. 앞서 1980년대 미국 경제가 3%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 이들 인구 증가율은 2.2%에 달했다. 아울러 노동인구가 미지근하게 늘어나면 생산성이 이를 상쇄해야 하지만 지난 2010년 이후 미국 비농업 부문 근로자 시간당 생산량은 연평균 0.7%의 증가폭에 그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