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꼴 면하자”…기업 지배구조 손보는 ‘주식회사 일본’

입력 2017-05-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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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실세인 고문 제도 폐지 기업 속출할 듯…여전히 상장사 중 62%가 고문 재임하고 있어

▲도시바의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도쿄에서 기자회견 도중 머리를 숙이고 있다. 도시바 몰락의 주원인으로 막후 실세인 고문들의 부적절한 영향력이 꼽히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기업은 ‘상담역(相談役)’으로 불리는 독특한 고문이사 제도를 두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회사 고문은 말 그대로 자문의 역할에만 충실하지만 일본에서는 사장과 회장 출신이 주로 고문을 맡고 현 경영진을 능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막후 실세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분식회계 등의 사태로 몰락한 도시바를 반면교사 삼아 고문 제도 폐지에 나서는 기업이 속출할 전망이라고 1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어닝시즌이 끝나가는 가운데 상장사들은 이제 주주총회 준비에 들어갔다. 기업 지배구조 강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고문 제도 폐지 여부다. 이 제도는 고객과의 관계 유지 등 장점이 있지만 내부에 거의 독재에 가까운 영향력을 남겨 폐해도 지적되고 있다.

◇ ‘상담역’이 뭐기에= “그룹 내 행사가 매우 많다. 이런 분야는 내가 담당할 것” 후지미디어홀딩스가 전날 개최한 실적 발표에서 6월 말 대표권이 없는 이사인 상담역으로 물러나는 히에다 히사시 회장은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약 30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중역 자리에서 떠나는 모양새이지만 산케이신문을 산하에 둔 후지산케이그룹 대표 자리는 유지하는 등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동종 업계가 합병하면 각각의 톱 중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사람을 이런 고문으로 대우해 인사 균형을 잡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런 실세 고문의 존재로 경영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도시바는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을 때나 몰락 계기가 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WH) 인수를 결정했을 당시 고문이 당시 경영진에게 부적절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 지배구조 강화, 고문 제도 폐지에 달렸다?= 일본 내에서도 고문 제도를 폐지해 기업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달 하순 고문을 폐지하는 섬유업체 닛신보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고문 폐지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1명의 상담역과 2명의 상담역보다는 권한이 적은 고문을 두고 있지만 과감히 폐지를 단행한다. 한큐한신홀딩스도 오는 6월 13일 주주총회 이후 고문 제도를 폐지한다. J프론트리테일링은 이달 25일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고문 제도 폐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제안한 상태다.

◇ 60% 이상 기업에서 고문 있어= 일본 경제산업성이 도쿄증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74개 기업 중 78%가 고문 제도가 있으며 실제로 고문이 재임하는 기업은 6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문의 역할에 대해 복수 응답으로 물어본 결과 ‘현 경영진에 지시ㆍ지도(36%)’가 가장 많았고 ‘업계 단체와 재계에서의 활동(35%)’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파악하고 있지 않다’와 ‘특별히 없다’는 응답도 각각 10%에 달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3월 기업 지배구조 관련 실무 지침을 마련하면서 고문 제도를 유지할 경우 그 인원과 역할, 처우 등에 대해 외부에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했다. 이 제도를 둘러싼 장ㆍ단점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역할의 명확화와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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