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온라인뉴스부장
뜬금없는 조지 클루니 타령은 사실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다. 털어놓자면, 2003년 당시 문재인 인권변호사가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에 발탁돼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에는 ‘조지 클루니 닮은 사람(“뭔 소리래” 하는 이들이 많을 줄 안다)’이란 이미지가 박혔었다.
최근 들어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취임 초 대통령 외모 얘기가 연일 화젯거리로 떠오르면서 ‘조지 클루니’를 언급하는 댓글도 꽤 등장했고, 대놓고 “잘생겼다”부터 “헌정사상 최초 미남 대통령”이란 오글거리는 반응까지 있었다.
‘남의 나라 잘생긴 지도자’를 흠모하는 덴 사드 장벽도 걸림돌이 아니었나 보다. 중국 웨이보에 개설된 문 대통령 팬클럽은 구독자가 6만 명을 넘어섰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별의별 사진은 물론 이모티콘 이미지와 등산 후 마셨던 생수 브랜드까지 나와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왜 문재인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들은 “문 대통령이 잘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배려, 소탈한 행보 등을 알고 있다”며, “그것이 팬이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매력’이란 힘이 세다. 2013년 영국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은 430페이지짜리 두툼한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란 책에서 매력을 개인이 갖는 ‘제4의 자산’으로 정의하고 상세히 설명했다. (참고로 1, 2, 3의 자산은 경제·문화·사회 자본, 즉 돈·교육·연줄이다.) 하킴은 ‘매력 자본’의 요소를 아름다운 외모와 성적 매력, 인간 관계, 활력, 옷 입는 스타일, 섹슈앨러티 등을 아우르는 신체적인 매력과 사회적인 매력이 혼합된 것으로 봤다. 이 책은 매력을 갖춘 사람들이 성공하며, 그런 경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에 대한 최근 인기를 보면서 이런 개인의 매력 요소에 ‘공감’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킴이 지적했듯 매력 요소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인데, 요즘처럼 ‘내 맘을 알아주는 이’가 절실한 사회에서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사람이야말로 ‘매력적인 사람’이다.
공감 능력이 월등한 사람은 어디서든 돋보인다. 갈등을 짚어내고, 감정적인 공유를 바탕으로 다른 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2주간 보여준 행보가 그렇다. 셀카를 요청하는 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미소를 내어주는 것을 비롯해,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이나 광주민중항쟁 유가족을 안아주는 모습은 그에게 열광하고 의지하며 믿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의 표현이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매력도 마찬가지이다. 보톡스나 비타민주사 따위의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이 공감의 매력을 발휘해야 할 분야는 앞으로 쉬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실업자의 눈으로, 생활에 지친 가장의 눈으로, 억울하게 혈육을 잃은 이의 눈과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일이 태산이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아나. 문 대통령의 공감능력이라는 ‘매력 자본’이 수백, 수천 조 단위로 쌓여 ‘헬조선’을 ‘갓한민국’으로 만들지.
사족(蛇足) 하나. ‘꽃중년 대통령’ 나라답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대통령 행사 사진도 좀 매력적이면 안 되나 싶다. (이왕이면 잘 생긴 경호원도 배경으로) 현재 5ㆍ18기념식 사진 4장은 너무 무미건조하다. 좌절하는 모습도 어리숙한 모습도 '우리 대통령' 이니까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