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LPG차량 ‘0’으로 표기한채 도로오염원에 경유차만 명시…정유업계 “큰 차이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차 축소를 위한 경유세 인상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와 정유업계가 경유차 미세먼지 통계를 놓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지난해 발표된 ‘6·3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기반으로, 최신 통계인 국립환경과학연구원의‘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 수치를 추가 보완해 만들어졌다.
‘6·3 미세먼지 특별대책’은 ‘2013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으로, 해당 통계는 미세먼지 중 도로이동오염원이 경유차만 명시돼 있다. 휘발유, LPG, CNG 차량은 입력값이 ‘0’으로 표기돼 있다. 올 상반기 발표될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서는 가솔린직분사(GDI) 엔진 휘발유 승용차의 미세먼지 측정량도 명시될 예정이다.
정유업계는 정책의 기준이 될 통계치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경유차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들의 미세먼지량이 ‘0’으로 나오는 통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09년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대한석유협회, 한국LPG협회, 한국도시가스협회 등과 ‘연료 종류에 따른 자동차 연비, 배출가스 및 CO₂ 배출량 실증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의 기준 연비 산출 방식인 CVS-75와 NEDC 평균으로 따졌을 때 경유 0.0021g/㎞, LPG 0.0020g/㎞, 휘발유 0.0018g/㎞, CNG 0.0015g/㎞ 등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차대동력기에 올려놓고 측정한 결과 필터에 미세먼지가 전혀 채취되지 않아서 0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측정 방식은 프라이머리(처음부터 미세먼지 형태를 띠고 나오는 것)와 세컨더리(가스상의 형태로 나와 대기 중 화학반응 일으켜 미세먼지로 바뀌는 것)가 있는데 국내 통계는 프라이머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세컨더리 방식에서 소량의 미세먼지가 검출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경유차가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KIER 연구도 프라이머리 기준 동급 차량과 엔진을 대상으로 배출량을 측정했다”며 “다른 차량들의 미세먼지 측정치가 0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 환경청,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해외 연구들을 살펴보면 휘발유, LPG 차량 등에서도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결과가 있다”며 “경유차만 미세먼지 배출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데 경유 사용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