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마크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향해 날 세워
유럽이 미국과의 관계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에 등을 보인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결속력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29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8일 뮌헨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 “유럽은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단결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호소한 것이다. 메르켈은 미국에서 멀어지는 대신 프랑스와의 유대를 강화하려 했다. 그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온 힘을 다하기를 바란다”며 “독일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돕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에 날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마크롱은 지난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강렬한 악수’는 의도한 것이었다고 28일 밝혔다. 마크롱은 “트럼프의 공격적인 악수에 대비하라”는 조언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 모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EU의 결속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독일, 북유럽 국가들의 실업률, 경제 수준 등이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 상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결속이 단단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즉 EU의 단일화폐인 유로를 사용하는 19개 국가, 유로존 문제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당시 유로존이 공동으로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유로존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공동운영하고 경제 위기 국가에 공동 예산을 집행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오스마르 이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이 주장하는 유로존 단일 의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제안은 EU가 주권 국가들의 연합체라는 전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권의 의미는 세금과 공공 지출 비용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유권자들이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며 유로존이 공동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국가의 대표 경제 대국인 독일은 공동 예산 집행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마크롱이 이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프랑스 국내 경제를 재건하는 게 먼저라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마크롱은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독일도 예전부터 프랑스의 노동 효율성을 지적해왔다. 따라서 마크롱이 공약을 현실화하면 메르켈 총리에게 유로존의 개혁과 통합 강화를 주장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유로존을 둘러싼 견해 차이에 더해 나토를 대하는 견해차도 크다. 마크롱은 나토 내 프랑스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유럽이 나토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메르켈은 튼튼한 재정이 뒷받침되는 만큼 독자 안보 노선을 시사해왔다. 28일 메르켈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도 나토와 거리를 두려는 속셈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