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탐욕”…골드만삭스, 베네수엘라 채권 헐값에 사들였다가 ‘역풍’

입력 2017-05-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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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 밖에서 30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들이 골드만삭스의 베네수엘라 국영 에너지 기업 회사채 매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영 에너지업체 PDVSA 회사채를 헐값에 사들였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골드만삭스 본사 앞에는 골드만삭스의 투자행위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고 베네수엘라 야당 의원들은 골드만삭스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3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미국 뉴욕 본사 앞에서는 30여 명의 시위대가 골드만삭스의 베네수엘라 회사채 투자를 비판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골드만삭스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소리치며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의 투자은행이 타국의 고통의 대가로 돈을 벌겠다는 월가의 탐욕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를 조직에 참여한 에두아르도 루고 뉴욕시립대학교 학생은 골드만삭스의 채권 거래가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에게 다시 한번 알린다”면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의 회사채를 사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계속 굶주리고 억압받으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PDVSA가 지난 2014년에 발행한 채권 28억 달러(약 3조1416억원)어치를 액면가 1달러당 31센트, 총 8억6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 회사채 만기는 2022년으로, 골드만삭스는 베네수엘라 국채 시세보다 31% 낮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생필품까지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에 최근 2개월 새 매일같이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국영기업 회사채 매입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의 달러부족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베네수엘라 정부 측과 직접 거래한 것이 아니며 중개인을 통해 거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해당 투자가 마두로 정권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에 의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식통을 인용해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베팅을 걸고 있으며 예상이 적중하면 채권 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여론은 이미 악화된 상태다. 전날 베네수엘라 야당 정치인이자 국회의장인 훌리오 보르헤스는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에 서한을 보내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대가로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베네수엘라 야당 의원들은 미국 의회에 골드만삭스의 해당 투자를 조사해 달라며 청원서를 냈다.

베네수엘라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정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재정난과 식량부족,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3년 이후 27% 위축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7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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