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 식탁물가 이어 공업용수까지 비상

입력 2017-06-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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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공업용수 20만톤 받아쓰는 대산공단 이대로 가다간 ‘제한급수’ 위기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작물이 말라죽는 등 피해가 확산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공업용수 부족 상황도 나타나고 있어 자칫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에 가뭄예산을 추가 반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내달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는 비상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누적강수량은 189.1㎜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누적강수량이 가장 적다. 평년에 견주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경기·충남·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은 42%로 평년(59%)보다 17%포인트가 낮은 수준이다. 모내기는 끝났지만 경기·충남·전남 등 일부 지역은 물 부족으로 인한 마름 현상으로 생육저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경우 가뭄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특히 보령댐 저수율(8.8%)은 199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평년 저수율은 38%다. 보령댐은 3월 25일 저수율이 14%로 떨어지면서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를 줄이는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가뭄으로 식탁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일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물가지수가 118.15를 기록, 2013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과실물가지수는 사과·배·포도·딸기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과일 15종의 물가를 바탕으로 계산된 지수다.

과실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96.79로 낮았으나 올해 가뭄으로 수박·참외 등 제철 과일 생산량이 줄면서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일 기준 수박 한 통 평균가는 1만 6859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올랐고, 사과는 전년보다 7% 뛰었다.

양파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50%나 높아졌고 반찬 단골 메뉴인 당근과 상추, 호박은 물론 여름 과일의 대표격인 수박 가격도 10% 이상 올랐다. 고랭지배추 역시 가뭄에 최근 폭염 피해가 더해지면서 향후 생산 급감에 따른 가격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 현장도 가뭄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대산산업단지는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용수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KCC 등이 입주한 대산산업단지는 하루에 20만 톤의 공업용수를 사용한다. 용수 공급 안정화를 위해 대호호에서 10만 톤, 아산호에서 10만 톤을 끌어다 쓰고 있다.

그러나 가뭄으로 유효 저수량이 4646만 톤인 대호호의 저수율이 22일 기준 0%로 떨어졌다. 1985년 준공 이후 처음이다. 대호호의 연평균 저수율은 66%다. 인근에 있는 저수용량 8400만 톤인 삽교호도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3.3%로 떨어졌다.

울산·여수 지역 산업단지와 비교해 대산산업단지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간척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상대적으로 용수 공급에 취약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유·화학 업종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물이 있어야 한다. 물을 끓여서 나오는 스팀의 열을 활용해 각종 화학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화학제품과 물질을 식히는 과정에도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하루에 4000톤가량의 공업용수를 쓴다. 가뭄이 지속되면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7~8월 피서철 관광지 등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추경에 가뭄예산 추가 반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향후 물가 불안 요인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양파값이 계속 오르면 비축해둔 6만3000톤을 시장에 공급하고 고랭지배추 가격 상승에 대비해 8000만 톤 규모의 봄 배추도 비축하기로 했다. 이낙연 총리는 22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가뭄 대응상황 및 추가대책’을 통해 특별교부세 265억 원과 가뭄대책비 12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가뭄 현장인 대산산업용수센터를 방문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저수지·양수장 등 수리시설을 꾸준히 증설해 용수공급 능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하천 수자원 활용, 급수체계 조정을 위한 도수로 건설 등 용수 공급원 다변화를 위한 사업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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