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회계감사원(Cour des Comptes)은 마크롱 새 행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적자 한도를 맞추려면 올해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임 사회당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8%인데 현 상황에서는 해당 목표에 도달할 수 없으며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더 취약한 상태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새 정부가 40억 유로(약 5조2166억원) 규모의 신규 수입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GDP 대비 적자 비율이 3.2%를 기록해 EU가 정한 예산적자 한도(3%)를 넘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는 프랑스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EU 역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는 2007년 이후 계속 EU가 정한 예산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차기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과제로 긴축 조치 시행을 꼽으며 프랑스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프랑스의 부채가 GDP 대비 96%에 육박하게 됐으며 이는 유로존 평균보다 7%포인트, 독일보다는 30%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러한 경고는 극우 성향의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을 물리치고 엘리제궁에 입성한 마크롱이 마주하게 된 프랑스 재정의 민낯이라고 FT는 지적했다. EU 회의론자인 르펜은 GDP 대비 적자 비율에 대한 EU의 압박이 거세지자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이끌어 EU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EU 강화론자인 마크롱은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EU의 재정적자 한도를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EU와 독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해 EU 예산 규정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복지국가, 경제활성화 등 자신의 공약을 실행하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FT는 마크롱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복지국가 건설 등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지출 계획을 지연시키거나 축소하는 대신 세금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지출 삭감은 마크롱이 주력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출이 없이는 그가 구상하는 대규모 실업자 재훈련 프로그램이나 자영업자의 사회적 보호 확대 등 노동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도증권의 브루노 카발리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정부는 구조개혁을 추진할 의지와 정치적 수단을 갖췄지만 허점이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공공 지출 계획은 너무 모호한데 현재 프랑스 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