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유기농 식품 유통체인 홀푸즈를 인수하자 미국에서는 IT 공룡기업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들 IT 공룡이 더는 기술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밀접한 기업들을 하나둘씩 인수하면서 미국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런 IT 기업에 대한 우려는 중국에서 더 먼저 시작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인터넷업체 텐센트가 수억 명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기업으로도 승승장구하면서 중국 IT 양대 산맥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이 투자하고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범위는 유통은 물론 언론,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전자결제, 금융, 물류, 교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기업가치도 상당하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3580억 달러(약 409조9100억원), 텐센트는 35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국영기업 중 이들 기업의 시총을 뛰어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만큼 웬만한 중국 국영기업보다 이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규모와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제 미지의 영역에 접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지난 70년 이래 민간기업 중 이들처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경쟁자와의 관계, 기존 기업들과의 관계, 궁극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례가 없다.
특히 앞으로 이들의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제까지 권력을 민간기업과 공유하지 않았던 정부와 마찰을 빚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독립 IT 컨설턴트인 인성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사업적 균형에 영향을 주는 힘은 경쟁업체가 아니라 정부와 인터넷 발달로 직격탄을 받은 기존 산업들이 될 것”이라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계속 기존의 다른 영역에 압박을 주게 되면 기존 산업체들은 정부에게 이들 업체에 세금을 물리거나 반독점 규제로 제동을 걸도록 로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종종 구금과 조사 대상이 됐다는 점도 이들 기업에 부담이다. 실제로 이달 초 중국 정부는 가파르게 늘어난 부채에 고삐를 죈다는 명목하에 민간 대기업의 차입현황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한 기존 산업의 곱지 않은 시선도 복병이다. 중국 최대 음료업체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 회장은 지난해 말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회장을 비판했다. 미래는 데이터로 구축되며 컴퓨터 기술이 유통과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변형시킬 것이라는 마 회장의 의견이 “말도 안된다”고 일축한 것이다. 쭝 회장을 비롯해 상당수 기존 기업의 수장들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기업 우대 정책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와 관계 정립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다. WSJ는 중국 당국이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더 성장하도록 용인할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산당이 이제까지 국유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강화하고 민간기업과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영향력 강화를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본토에서 성장한 이들 인터넷 기업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인정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