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의 벤처캐피털 펀딩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CB 인사이츠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아시아 IT 스타트업이 펀딩을 통해 유치한 투자액은 총 193억 달러로, 1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벤처캐피털의 본고장인 미국이 유치한 금액(184억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미국이 2분기 유치한 벤처캐피털은 전분기 대비 27% 증가하는데 그쳤다.
분기별 변동성에 따른 왜곡된 부분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벤처캐피털 규모는 여전히 아시아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미국에서 유치한 벤처 투자액은 63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아시아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FT는 IT 붐이 일었던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벤처 투자자와 기업들의 투자를 거의 독식하다 싶었던 때와 비교하면 2분기 성적은 이러한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의 변화의 중심에는 아시아 IT 스타트업이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55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 비상장 기업으로는 우버가 처음으로 세웠던 투자 유치 기록(35억 달러)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는 10억 달러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을 찾아 보기 어려웠지만 올해 2분기에는 인도의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TM(PayTM)r과 인도네시아판 우버 고젝(Go-Jek), 중국의 대표적인 배달앱 어러머(ele.me), 모바일 뉴스 앱인 찐르터우탸오(Toutiao) 10억 달러 규모의 펀딩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2분기 벤처 투자액은 아시아에 뒤처지긴 했으나 투자금 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스타트업을 일컫는 이른바 ‘유니콘’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투자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 기간 주식 거래앱을 개발한 로빈후드를 포함해 9곳의 스타트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여름 이후 최다 기록이다. 특히 최근 일부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지만 저조한 수익을 보이는 가운데 신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FT는 평가했다. 실제로 모바일 메신저 앱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은 기업공개(IPO) 이후 이번 주 처음으로 공모가 밑으로 추락하는 등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편 2분기 유럽 벤처 투자는 전 분기보다 38% 늘어나고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스타트업인 임프로버블(Improbable)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대형 펀딩도 이뤄지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벤처 투자 분야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그쳤다. CB 인사이츠와 PwC에 따르면 2분기에 이뤄진 글로벌 벤처 투자액은 430억 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