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가 카타르 국영 뉴스 사이트 해킹의 배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보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 5월 23일 카타르 국영 통신사 QNA 웹사이트에를 해킹해 카타르와 걸프 4개국과의 관계 위기에 구실이 될만한 가짜뉴스를 심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UAE가 직접 해킹 작전을 했는지, 특정 업체와 거래를 통해 이행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그 다음 날 QNA 뉴스 웹사이트에는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이 이란 정부에 대해 ‘이슬람 강대국’이라며 높이 평가하면서 카타르와 이스라엘이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보도 기사가 게재됐다.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슬림형제단을 두둔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와 함께 이 언론사의 트위터에는 이와 비슷한 선동적인 성명이 올라오기도 했다. QNA는 곧바로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자사 웹사이트가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 걸프 4개국은 해당 보도를 구실로 카타르 언론을 모두 차단했고, 결국 해당 문제는 이들 4개국의 단교 선언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5일부터 이어진 카타르 단교 사태는 중동지역의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서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한 미국의 대(對)테러 전선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카타르와 걸프 4개국 모두 미국으로서는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카타르는 미국 중앙사령부의 중앙 본부가 위치, 1만 명의 군인이 상주하고 있으며 카타르 단교를 주도하고 있는 바레인은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단교사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측을 지지하면서 카타르가 IS를 지원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해 이번 문제의 조정 역할을 맞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협상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UAE 측은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 대사는 성명에서 해당 보도는 “거짓”이라면서 “아랍에미리트는 기사에서 묘사된 해킹에 어떠한 역할도 한 게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