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모시는 동안 행복하진 않았지만(?) 보람 있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존경합니다.”
이명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18일 동영상을 통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그간 못 다한 말을 전했다. 이 정책관은 2015년 하반기부터 구조개선정책과를 맡으면서 ‘일벌레’로 소문난 임 위원장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우리은행 민영화 등 굵직한 이슈들을 처리해 왔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했다. 금융위 후배들은 18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그간 임 위원장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출범, 우리은행 민영화, 인터넷은행 출범 등 임 위원장의 수많은 업적이 열거됐지만 함께 동고동락했던 후배들의 진심어린 영상편지가 주를 이뤘다.
금융위 최선임 사무관으로 임 위원장의 ‘업무 욕심’을 일선에서 소화해 온 김성진 서기관과 김성준 사무관도 영상에 등장해 작은 후련함과 큰 섭섭함을 함께 내비쳤다.
김용범 사무처장은 증권제도과 사무관 시절 임 위원장의 가방을 뒤진 일화를 소개해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김 처장은 “당시 임 위원장이 증권업무를 잘 몰랐던 때지만 워낙 숙지 능력이 빨라서 따로 보고를 받는 줄 의심하고 후배들이 가방을 열어본 적도 있다”며 “임 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사무관 시절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 후배들은 임 위원장이 남다른 업무 열정 뒤에 삼켰던 아픔을 위로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2009년 청와대 경제기획비서관, 2010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수습하면서 부친상과 모친상을 연달아 치렀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 매진하던 올해 2월, 40년 지기인 김익주 전 국제금융센터장의 부고를 접했다는 대목에서는 임 위원장의 눈시울이 다시 뜨거워졌다.
영상에는 여러 금융위 직원이 등장했지만 얼굴 아래 별도로 이름이나 직함 소개가 붙지 않았다. 임 위원장이 몇몇 부서장이 아닌 일선 직원과도 직접 업무적으로 소통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영상 말미에는 금융위 전 직원들의 사진이 몇 페이지에 걸쳐 등장했다. 단순히 공적을 기리는 선물이 아닌 3년간 임 위원장과 금융위의 시간이 담긴 ‘추억 동영상’이었다.
“저는 이제 34년간의 오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영상이 끝난 후 단상에 올라 덤덤히 이임사를 읽어나가던 임 위원장이 울컥해 말을 멈췄다. 이어 지난 재임기간 동안, 또는 공직생활 내내 가져온 소신을 다시 한 번 후배들에게 강조했다. 시장을 향한 모든 정책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을 감당하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책임지는) 자세에서 금융위에 대한 일부의 오해와 편견을 씻고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언젠가 여러분과 경쟁과 혁신으로 가득한 금융산업을 흐뭇하게 얘기할 날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