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을 수입·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요하네스 타머(61)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사장이 독일로 출국해 자신의 첫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타머 사장을 법정에 세울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재판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나상용 부장판사)의 심리로 19일 열린 첫 공판에 타머 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독일로 출장을 떠났다가 건강상 이유를 들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AVK 측에 따르면 타머 사장은 지난달 5일 나흘 뒤 돌아오는 일정으로 독일로 출장을 갔다. 그런데 그는 귀국을 하루 앞둔 같은 달 8일 돌연 회사 측에 '건강상 이유로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독일에 머무는 것이다. 사건을 맡았던 변호인들도 대부분 사임하고, 이날 재판에도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돌발 상황에 당황했다. 수사 당시 타머 사장을 출국정지시킨 검찰은 지난 1월 타머 사장 기소와 함께 출국정지 조치를 풀었다. 타머 사장이 독일로 떠날 수 있었던 이유다. 재판장이 "기소하면서 출국정지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냐"고 묻자 검찰은 "출장 등 출·입국 필요성이 있는 피고인이고 타머 사장이 출석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곤혹해 했다. 검찰은 "갑작스러운 일이라 (타머 사장을 한국으로 데려올) 계획은 아직 없으나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타머 사장이 글로벌 그룹 임원이고, 충분히 수사에 협조해 출국정지 조치를 풀었다"고 해명했으나, 안일한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타머 사장은 폴크스바겐 국내 법인의 배출가스 조작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함께 기소된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등 관련자들도 타머 사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년에 걸쳐 수사해 기소까지 마무리한 뒤 주범을 놓칠 수 있는 셈이다.
재판도 한없이 늘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본국으로 떠난 외국인 피고인을 법정에 세울 방법이 사실상 없는 탓이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타머 사장이 안 들어오면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사법공조를 통해 독일 인터폴이 잡아 올 수 있다"고 했지만, 독일 정부가 자국민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타머 사장에 대한 영장 발부를 제안한 다른 피고인 측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검찰이 본국에 있는 외국인을 기소해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2010년 '11·11 옵션 쇼크' 당시 검찰은 도이치증권 외국인 직원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법정에 이들을 한 번도 데려오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도이치증권 법인과 국내 임원에게만 선고를 했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 역시 2014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정에 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