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11분기 만에 전년비 감소…구글 내실 강화해온 피차이에 더 큰 힘 실어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유럽연합(EU)의 벌금폭탄 여파에 지난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알파벳은 24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35억2400만 달러(약 3조9293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0억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지만 EU가 지난달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구글에 부과한 막대한 벌금을 특별 비용으로 빼놓은 여파로 순익이 감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5.01달러로, 월가 전망인 4.49달러를 웃돌았고 매출도 전문가 예상치 215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유료클릭 수도 전년보다 52% 급증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요소에도 시장은 순익이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감소하고 구글의 클릭당 광고단가가 전년보다 23% 떨어져 1분기(-19%)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에 더욱 주목했다. 이에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급락했다.
마크 마하니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혁신 주도권이 유럽의 규제장벽에 부딪혔다”며 “EU 벌금 이후에도 많은 후속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EU는 지난달 27일 구글이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쇼핑검색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등 불공정한 경쟁을 펼쳤다며 24억2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반독점법 위반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알파벳은 이 결정에 항소한 상태이지만 미리 2분기 실적에 벌금을 반영했다.
시장의 실망에도 알파벳은 자신감을 보였다.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마진이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강력한 성장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알파벳은 이날 피차이 CEO를 새로운 알파벳 이사로 올리면서 그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건함을 보여줬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설립자 겸 알파벳 CEO는 성명에서 “피차이는 구글의 CEO로서 훌륭하게 일을 해 왔다. 강력한 성장세와 파트너십, 거대한 혁신을 주도했다”며 “나는 그가 알파벳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이로써 알파벳은 총 이사가 13명이 되고 내부 이사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츠, 다이앤 그린 등 종전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애플 아마존 등 다른 IT업체보다도 내부자 비율이 높은 것이다. 애플과 아마존 모두 CEO 1명만 내부 이사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12명 이사 중 내부 이사는 3명에 불과하다.
피차이는 그동안 구글의 내실을 강화하면서도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터 등 미래 성장동력에도 투자하는 등 균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알파벳은 피차이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동시에 내부 출신을 이사회에 합류시켜 리더십과 주주 이익이 상충될 경우 브린과 페이지 등 설립자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CNBC는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