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신비 인하 대책에 대해 법적대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물밑에서 반대 의견을 내놨던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법적대응과 같은 강도높은 발언을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 부문장(CFO)은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가 발표한 통신비 인하 방안의 경우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향후 5G 네트워크 투자 축소로 인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 부문장은 “정부가 내세운 25% 선택약정 요금할인, 저소득층 감면 확대, 보편요금제 도입 등 정부의 통신비 대책에 법적 대응뿐 아니라 단말기 자급제 등 제도개선 추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서도 입을 연 셈이다.
단말기 자급제는 휴대전화 구매와 이통사의 요금제 가입을 구분해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통사와 제조사 등 이해당사자 간 의견충돌로 인해 논의가 지속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단말기 자급제를 곧바로 도입하는 대신 단말기 대금과 통신비를 분리해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 부문장은 “통신비 청구서에 단말 대금이 포함돼 있어서 분리 과금하면 이용자가 실제 통신 요금 수준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대금 청구 주체가 둘로 늘어나 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이상헌 CR전략실장은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단말 지원금에서 이통사와 제조사의 재원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실장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분리공시를 시행하면 제조사가 유통망 장려금을 확대할 요인이 커져 이용자 혜택은 줄고 제조사 장려금 중심의 시장 과열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SK텔레콤은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영업이익이 4232억6600만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3455억9300만 원으로 1.8% 늘어났다.
회사 측은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 등 자회사 선방으로 실적이 향상됐다”며 SK텔레콤 별도로만 기준으로 하면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한 4623억 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연결 실적은 증가했지만 본체 격인 SK텔레콤만 놓고 보면 감소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취득한 2.6㎓ 주파수의 감가상각비 증가와 갤럭시S8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