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고서 통해 꾸준한 상승세 전망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한국의 집값은 2035년까지 꾸준히 오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관련 보고서의 내용이다.
인구 감소와 공급 과잉 등으로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공신력이 있는 국책은행이 ‘오른다’는 분석을 내 놓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자.
한은은 ‘인구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했다.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35년까지 주택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단지 그 증가폭만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수요 증가량은 좀 줄어들더라도 주택 수요는 여전히 존재함으로써 집값 상승세는 계속된다는 얘기다.
2015년 집값을 100이라고 할 때 2020년 107, 2025년 116.9, 2035년 129.1 수준으로 각각 오름폭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격으로 따지면 2020년부터 15년간 연 평균 0.3% 증가율을 유지한다는 예측이다. 전국 평균이 그렇다는 소리여서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은 증가폭이 이보다 더 높을 게 분명하다. 물론 떨어지는 곳도 나오지만 평균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가 돼도 일본처럼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92년 집값 붕괴가 시작돼 2016년까지 223개 주요 도시의 누적 하락률이 53%에 달했다. 집값이 반 토막이 났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한국의 집값이 안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한은 보고서는 먼저 주택 유형의 차이를 들었다.
일본은 목조주택이어서 거래가 쉽지 않은 편이지만 한국의 경우 아파트가 대세여서 환금성이 좋다는 거다. 집이 잘 안 팔리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거래가 활발하면 그럴 위험이 적다.
실제로 일본의 기존 주택량 대비 연간 주택 매매량은 2013년 기준 0.32%인데 반해 한국은 2016년 기준 10.4% 수준이다.
당시 한국은 주택 경기 호황기를 맞아 거래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으나 매매시장은 근본적으로 일본에 비해 활발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월세 시장 확대 추세를 꼽았다. 월세가 보편화되면 은퇴자 등 주택을 구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아마 요 몇 년간 임대사업자가 대거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싶다.
주택공급원의 변화도 주택가격을 유지시키는데 한 몫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래들어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아닌 기존 도시 내 낡은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주택 공급원으로 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 자연적으로 수급 조절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신도시 개발은 개발 일정이 잡혀있어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집을 지어야 하는 처지지만 재개발·재건축은 사업 기간이 오래 걸려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축 부문은 이런 식으로 메꿔지기 때문에 가격하락은 커녕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진단이다.
그동안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생활 유지를 위해 보유 주택 처분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의 은퇴 연령 연장에다 은퇴자들의 다양한 소득창출로 그만큼 주택 처분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는 거다.
한은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통해 파악한 결과 고령층의 주택 처분 비율은 60~64세 11.5%, 65~69세 16.8%, 70~74세 25.6%, 75~79세 35.9%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보면 은퇴 시기인 60세 이후에도 한참 동안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70세가 넘어서면서부터 주택 처분 사례가 많아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퇴를 한 뒤에도 한 동안은 돈을 벌어 주택을 팔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70세 이후부터는 형편이 나빠져 집을 처분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한은이 분석한 보고서대로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지만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집값 하락보다는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웬만한 곳의 집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내 가구 수 감소분은 연간 1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거주자 증가분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은의 진단은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결론은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