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노동자 인권 착취·자동화 등 문제 남아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폭스콘의 미국 투자 계획을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 주에 새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트럼프는 자신이 공언한 일자리 창출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을 과시했으나 실제로는 회의적인 분석이 많다고 27일 CNN머니가 보도했다.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이 100억 달러(약 11조2150억 원)를 투자해 위스콘신 남동쪽에 새로운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을 대동한 자리에서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장에서 궈타이밍 회장을 일으켜 박수를 보냈고, “궈 회장은 미국인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폭스콘이 위스콘신 주에 지을 예정인 공장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일자리 3000개가 창출될 것이고, 잠재적으로 1만3000개 까지 만들어낼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러나 폭스콘이 과거 노동자 인권을 경시하는 행태와 최근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 등을 보였기 때문에 업계는 트럼프의 장담을 회의적으로 여기고 있다. 코넬대학교의 엘리 프리드먼 경영학 교수는 “미국인들은 오히려 더 걱정해야 할 때”라며 “지금 신문 머리기사에 올라오는 이야기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폭스콘은 지난 2011년 3년 내에 로봇 100만 대를 설치해 비용 절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에는 직원 6만 명을 감원하고 자동화로 일자리를 대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폭스콘의 자동화율은 예상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자동화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의 크리스토퍼 발딩 경제학 교수는 “폭스콘이 위스콘신주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중국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자동화 비율을 늘리려는 전략에 들어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폭스콘이 중국에서 로봇을 쓰든 미국에서 로봇을 쓰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볼딩 교수는 “일자리 3000개는 말이 안 된다”며 “로봇을 감시하는 인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폭스콘의 노동력 착취 문제도 남아있다. 홍콩 소재 인권단체 중국노동회보의 키건 엘머 연구원은 “폭스콘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단조로운 동시에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지난 2012년 폭스콘은 14세 미성년자를 인턴으로 고용해 최저 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16세 이상이다. 당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폭스콘 인력 중 2.7%가 인턴으로 고용됐다. 사내 공정조합은 “인턴사원들이 초과 근무를 했고, 당국이 규정한 법률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2012년에 이 사실이 드러났을 때 즉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미성년자 근로자를 고용하는 관행은 사라졌으나 저임금의 인턴을 사용하는 관행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선 당시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트럼프의 공언이 이번을 계기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과거 미국의 영광을 재현할 만큼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볼딩 교수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고 해도 미국인들은 폭스콘의 일자리에 흥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