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취임…“수동적ㆍ수세적 골키퍼 정신 버려야”

입력 2017-08-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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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첫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김현종 본부장이 4일 취임했다.

신임 김현종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통상교섭본부의 설치는 통상 역량 강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 라며 "독립조직으로 새로 출발하는 통상교섭본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무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본부장은 "공직에 발을 들여 놓았던 13년전, 이른바 자유무역협정(FTA) 지각생이었던 한국은 지금 아시아를 넘어 이제는 당당히 세계 52개 국가와 FTA를 체결한 우등생이 됐다"며 "그 만큼 우리의 통상 전력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의 도발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아래 선진국의 기술우위에 밀리거나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에 따라 잡히지 않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해야만 하는 어려운 대외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10년, 50년까지 내다보는 통상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려 한다고 공언했다. 특히, 그는 통상교섭본부 직원 모두가 전략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가 예측 가능하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건 협상 상대방 뿐"이라며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대방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세적, 방어적 자세로 통상업무를 해나간다면 우리는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차로에 위치한 우리 민족은 지도자들의 통찰력과 안목 부족으로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러일전쟁, 가츠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합방의 뼈아픈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정학적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통상 협상가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창조적인 파괴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보호무역주의와 포플리즘이 힘을 얻어 세계 통상의 틀이 바뀌었는데 기존의 예측 가능한 대응방식으로는 앞으로 총성 없는 통상전쟁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우리의 모범 답안을 새로이 쓸 때"라며 "과거의 통상정책과 전략이 원교근공(遠交近攻)이었다면, 이제는 성동격서(聲東摩西)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과 에너지 이슈를 무역 관련 이슈와 융합해 우리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법과 제도를 개편해 도시 자유무역구, 대도시 자유무역구의 FTA 수준에 버금가는 협상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떠한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은 이익의 균형"이라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은 가능하지도 않고 유지될 수도 없다. 우리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통상 조직은 실력과 능력 위주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다양한 인적 구성원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통상과 투자 전략을 책임질 통상 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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