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약값을 55배 가까이 올려 사회적 비난을 샀던 청년 사업가 마틴 슈크렐리(34)에 대해 4주간의 재판 끝에 8개의 혐의 중 3개가 유죄로 인정됐다고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뉴욕동부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4일 슈크렐리의 8가지 혐의 중 두 건의 증권 사기 혐의와 증권사기 공모 혐의 등 총 3개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슈크렐리는 최대 20년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으나 나머지 5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평결이 나면서 슈크렐리의 형량은 훨씬 더 짧아지거나 징역형이 아예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슈크렐리는 자신이 세운 헤지펀드 MSMB캐피털과 생명공학 기업 레트로핀을 이끌면서 증권사기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MSMB가 실제로는 손실을 내고 있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사실과 다르게 큰 이익을 냈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이야기다. MSMB펀드 투자자들이 환금을 요구하면 슈크렐리는 자신이 운영하던 레트로핀의 현금과 주식을 유용해 환불해주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돌려막기 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슈크렐리 측은 MSMB 펀드 투자자 모두 투자 전액을 보전받거나 상당한 이익을 얻었으며 슈크렐리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 직후 슈크렐리는 배심원 판단에 대해 “기쁘다”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혐의에 대해 “엄청난 마녀사냥이었으나 결국 대다수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결 후 뉴욕의 자신의 자택에 도착해 유튜브 생중계 개인 방송에서 “처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크렐리 변호인단 측은 해당 평결에 항소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뉴욕 명문 헌터칼리지를 중퇴한 슈크렐리는 2011년 바이오기업 레트로핀을 창업하고 2015년 제약업체 튜링을 설립하면서 청년사업가로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9월 에이즈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소유권을 사들인 직후 약값을 13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무려 55배 가까이 올려 약값 폭리 비난을 받았다. 약값 폭리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의회 청문회에 소환되기도 했는데 청문회 당시 비웃는 표정과 비꼬는 말투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는 약값 폭리 악덕업체라는 꼬리표 때문에 증권 사기혐의까지 받게 됐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초 형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하는 모습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여 지탄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