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근 산업2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문재인 대통령 보고 하루 전 이동통신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설마 했지만, 현실이 됐다. 다음 날인 22일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업무보고에 통신비 인하를 제외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 연구개발(R&D) 확충안만 보고했다.
통신비 인하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4월 기본료 폐지 등 ‘8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 6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 신설, 와이파이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인하안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달 26일 출범한 과기정통부는 곧바로 임무 수행에 나섰고, 3주 만에 이통 3사에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안(20% → 25%)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선택약정할인율을 인상하면 연간 3000억 원의 영업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후 과기정통부와 이통사 간 장외 설전과 여론몰이가 이어졌다. 과기정통부가 신규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선택약정할인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처분 공문을 이통사에 보내면서 다음 달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400만 명에 달하는 기존 가입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문을 받은 후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정부와 사업자 간 논의의 진척은 딱히 없어 보였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선 대통령 업무보고에 통신비 인하를 포함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다. 보고를 앞두고 이통 3사 CEO와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극적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통사를 설득하지 못하게 되자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적인 관심과 공감대가 커진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안이 보고에서 제외된 것은 과기부 스스로 정책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 과기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실천적인 대안이 뭘지 심사숙고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