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삼성SDS, ‘뇌물’ 인정에 수직하강…판결문 반전에 호텔신라 상승전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이뤄진 25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판결문의 주요 내용이 전해질 때마다 큰 폭의 출렁임을 보였다.
이날 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 제공 혐의 선고공판에서 정유라 씨에 대한삼성그룹의 승마지원액 대부분을 뇌물로 인정,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오후 2시 30분께 시작된 1심 판결은 한 줄 한 줄 속보로 타전됐다. 판결 초반 분위기는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인 듯 보였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명시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부회장과 삼성미래전략실이 묵시적이고 간접적인 청탁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 개시와 함께 속보가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오너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장중 약세를 지속하던 삼성전자는 상승세로 반전하며 순간 239만 원대로 올라섰고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등 이 부회장과 관련성이 높은 주요 계열사의 주가도 각각 전날보다 3.32%와 3.87% 오른 가격까지 치고 올라섰다.
반면, 장중 상승흐름을 보이던 호텔신라의 주가는 급락하며 전날보다 2.80% 떨어진 4만3100원까지 밀려났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삼성그룹 내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급격히 빠져나간 것이다. ‘이부진 주식’으로 불리는 호텔신라의 주가는 이 부회장의 구속 등 승계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와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내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듯 했던 판결문은 후반으로 갈수록 반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시했으며,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봤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삼성의 승마 지원액 72억 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 후반부의 요지가 속보를 타자 주요 계열사의 주가 흐름도 180도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일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삼성물산과 삼성에스디에스 역시 불과 20여 분 만에 6% 이상 곤두박질하며 전일 대비 각각 2.95%, 2.08% 마이너스로 밀려났다. 반면, 호텔신라의 주가는 전일 대비 3.12% 오른 6만62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너리스크에 일일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총수의 구속, 지주 전환 포기,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등 위기 상황에서도 주가는 올랐다”면서 "오너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큰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