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플랫폼사, AI 스피커 시장 주목하는 까닭은?

입력 2017-08-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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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이 내놓은 AI 스피커 '누구' CF(사진=SKT )
그룹 AOA 설현이 출연하는 자장라면 CF. 그녀는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휴대전화를 향해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구한다. 전화기는 딱딱한 음성으로 답한다. “노래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하지만 이 CF가 등장한지 불과 수개월 만에 세상은 달라졌다. 노래를 요구하면 “어떤 노래 들려드릴까요?”라고 답할 수 있는,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스피커가 등장한 것이다.

시작은 통신사였다. SKT가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했고 KT는 올해 1월 ‘KT기가지니’를 내놓으며 맹추격했다. LG U+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포털사도 나섰다. 네이버는 11일 네이버뮤직 1년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선착순으로 AI 스피커 ‘웨이브’를 증정했다. 프로모션 개시 35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동났다. 정식 판매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 역시 3분기 중으로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내놓을 계획이다.

AI 스피커 시장의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3억 6000만 달러(한화 4273억 원) 수준에 그쳤으나 전자업계에서는 2020년 21억 달러(한화 6조 1435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평균 42.3%의 쾌속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각 음원사)

덩달아 몸이 달아오른 것은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AI 스피커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음악 재생인 만큼, AI 스피커와 파트너십을 맺은 음원 플랫폼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 년 간 멜론이 장악해온 음원 플랫폼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T의 누구는 멜론을 통해 음원을 서비스한다. KT기가지니는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이 보유한 음원을 재생한다. LG U+는 엠넷닷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3월 KT뮤직의 지분 15%를 267억 원에 인수하면서 지니와 파트너쉽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자사의 음원 플랫폼을 활용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네이버뮤직, 카카오는 자회사 로엔이 운영하는 멜론의 음원을 서비스할 가능성이 높다.

유료 가입자 수 3위인 벅스나 엠넷닷컴 등이 아직 파트너 업체를 만나지 못한 상황이지만 앞날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AI 스피커를 출시하거나 출시 소식을 알린 업체 외에도 상당 수의 업체들이 AI 스피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서비스 업체의 진입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벅스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추가 참전 역시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 스피커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원사이트 측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 보다는, 생활 속에서 음악을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과거 통신사와 음원 플랫폼 사업자 간의 파트너쉽이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의 출현이)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AI 스피커가 아직 시작 단계에 있고 현재로서는 음악을 재생하는 디바이스가 하나 더 생긴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AI 스피커가 AI 산업에서 지니는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산업이 얼마나 더 확장될지 아무도 모른다. 점점 더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면, 스마트폰이 등장하던 때처럼 100% 다른 세상이 열리지 못할 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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