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란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신태용 대표팀 감독과 에이스 손흥민이 경기장 '잔디' 상태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9차전을 치렀다.
한국은 수적 우위에도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 경기 후반 7분 이란 사에드 에자톨라히가 김민재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김민재의 머리를 밟고 퇴장당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유효 슈팅은 0개.
한국이 힘도 써보지 못한 데는 전략상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아쉬운 건 '잔디 상태'였다. 선수들이 움직이고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장 군데군데가 푹푹 파였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불만과 아쉬움을 쏟아냈다. 신태용 감독은 "제 개인적으로 잔디가 우리를 힘들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잔디에 밀려 선수들 중심이 무너지면서 많이 넘어지고 볼 컨트롤이 안됐다"며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손흥민 역시 경기장 상태에 일침을 가했다. 손흥민은 "공격을 풀 수 있는 잔디 상태가 안돼 가장 큰 문제였다"며 "핑계로 들릴 수 있지만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란이 뒤로 물러나 연계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내가 드리블로 11명을 제칠 수는 없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대로 드리블을 할 수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손흥민은 "29일 공식 훈련을 할 때부터 화났다. 매번 이런 잔디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경기장 상태는 선수들에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공격수로 유효슈팅이 없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시는 이란전을 앞두고 경기장 잔디 4분의 1을 교체하느라 7천만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무더위와 폭우에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전문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7~8월에 장마철도 있고 습도가 높고 고온이라 잔디가 일시적으로 생장을 멈춘다. 축구를 하면 잔디가 쉽게 파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