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설득 못 하면 지지율 더 악화할 수도
지지율 추락으로 위기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친기업적인 내용을 담은 노동개혁안 카드를 빼 들었다. 노동계가 즉각 반발을 표시한 가운데 마크롱이 띄운 승부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의 에두아르 필립 총리와 뮤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꾀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노동조합이 가졌던 권한을 줄이는 것이다. 개정안은 부당해고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실업수당의 상한선을 두고, 직원이 50인 미만인 기업에서는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사원의 위임을 받은 대표가 사용자와 직접 근로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이 20인 미만인 기업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직접 사용자와 협상할 수 있게 규정했다.
프랑스 최대 민간부문 노조인 민주노동총동맹(CFDT)은 즉각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CFDT의 로렌 베르거 사무총장은 오는 12일 극좌 성향의 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이 실시하는 파업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번 노동 개혁을 통해 최근 빠르게 잃은 지지율을 반전시키고 만성적으로 높은 프랑스의 실업률을 완화하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9.5%로 독일의 두 배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고용주들에게 정규직 일자리 채용을 늘리는 유인을 제공하면 더 많은 채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동시장 유연화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의 과제는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이다. 지난달 24~25일 여론조사업체 옥도사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은 현재의 노동법이 기업의 채용을 저해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63%는 마크롱 정부가 노동법 개정에 성공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었다. 응답자의 80%는 마크롱 정부가 이번 달 노동계가 주도하는 광범위한 파업과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롱 자신도 노동법 개정을 향한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날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르푸앵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개정안이 쉽게 통과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효과적으로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노동개혁안은 심대한 변혁이다”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앙 마르슈 정당이 당파성을 초월한 노동 개혁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노조가 거세게 저항하면 좌우 분열은 심화할 수 있고, 지난 대선 때 경쟁 후보였던 극우 성향 정치인 마린 르펜의 지지자들이 마크롱을 지지하고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마크롱을 지지했던 국민은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안 그래도 마크롱은 최근 권위적인 리더십에 역풍을 맞아 지지율이 대폭 주저앉았다.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는 지난달 25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앙 마르슈 정당의 루베르 타케 의원은 “노동계의 지지를 잃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정치 철학을 대변하는 중요한 집단이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