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볼모된 허리케인 ‘하비’

입력 2017-09-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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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피해 규모 역대 허리케인 사상 최대로 추산

▲허리케인 하비 여파에 피해입은 미국 텍사스 주 주민들. (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주를 집어삼킨 허리케인 ‘하비’가 연방정부 부채 증액의 볼모가 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29일(현지시간)이 기한인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에 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텍사스 주를 지원하는 구호 자금도 없다”고 3일 엄포를 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하비의 구호 자금은 연방정부 예산안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텍사스 주 재건을 위해서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정부가 우선으로 할 일은 텍사스 주 주민들은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오는 29일까지 부채 한도 증액을 합의하고 30일까지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을 승인해야 한다. 만약 미 의회가 채무 한도를 늘리는 데 실패하면 미국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에 들어간다.

하비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약 1900억 달러(약 213조7500억 원)로 추산되며 허리케인 피해 규모 중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는 2005년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넘어서는 피해 규모다. 텍사스 주의 그렉 애보트 주지사는 “이번 하비의 영향은 2005년에 상륙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훨씬 더 크다”며 “당시 카트리나는 1200억 달러의 연방정부 지출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비의 피해 복구를 위해 80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 자금 조달을 요청하는 서한을 의회에 전달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주를 방문해 “하비 구호를 위해 신속한 진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초기 지원금 80억 달러를 의회에서 승인받으려고 조만간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도부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내 강경세력인 ‘프리덤 코커스’는 하비 구호 자금과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연결 짓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내 강경 우파 의원들의 모임으로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AHCA)’를 좌초시킨 핵심 그룹이다. 그러나 일단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의원은 어떤 구호 노력이라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하비의 영향으로 멕시코만 연안의 10개 정유 공장이 폐쇄됐다. 여기에는 미국 최대 정유공장인 모티바(Motiva)도 포함돼 있다. 지난 2일 기준으로 폐쇄된 정유공장 10개 중 1개의 공장이 가동을 재개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고, 재건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고 FT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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