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캐넌브리지, 군사기술 보유한 미국 래티스반도체 인수 제안
북한 핵 실험으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세컨더리보이콧을 고려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 회사 인수를 거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회사인 래티스반도체는 지난 금요일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캐피털파트너(이하 캐넌브리지)가 13억 달러(약 1조4560억원)에 회사를 인수키로 한 제안을 미국 행정부에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국가 안보 문제가 걸린 외국과의 거래를 조사하는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이 거래에 대해 미국 군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는 전직 대통령이 모두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을 접수한 지 15일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번 거래의 최종 권한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를 승인하면 대통령이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의 의견에 반대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북한 핵 실험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현재 래티스반도체로서는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래티스반도체는 프로그래밍용 게이트 어레이를 만드는 회사로, 소프트웨어를 실리콘 칩에 탑재해 판매한다. 지금은 미군에 칩을 공급하지 않고 있지만, 경쟁회사인 자일링스와 인텔은 여전히 미군에 칩을 납품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래티스반도체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갈 경우 잠재적인 군사기술이 유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측이 이번 거래가 무산될 경우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어, 미국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캐넌브리지는 앞서 “미국에서 직원을 두 배로 늘리는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는 등의 효과를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번 거래의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CNBC는 래티스반도체와 캐넌브리지가 이번 거래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래티스반도체의 거래에 대한 언급을 삼간 채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재무부에 질문하라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래티스반도체 주가는 1일 캐넌브리지가 인수가로 제안한 8.3달러에 크게 못미친 5.66달러에 그쳤다.
래티스반도체 인수가 물거품이 될 경우 캐넌브리지의 미국 기업 인수는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캐넌브리지는 현재 영국 반도체 회사인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 인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