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엔터테인먼트가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올 상반기 '쌈, 마이웨이', '이름없는 여자', '귓속말' 등의 히트작을 내놨던 팬 엔터테인먼트가 MBC 수목극 '병원선'에 이어 SBS 월화극 '사랑의 온도'까지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찬 '병원선'에 이어 '로코'의 최적화된 서현진 양세종 주연의 '사랑의 온도'가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랑의 온도'가 흥행한다면 월화수목 드라마는 팬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게 된다.
팬엔터테인먼트는 1998년 설립됐다. 1995년 케이블 TV개국과 함께 지상파 방송사들의 독과점 해소를 위해 '의무외주편성' 정책이 도입되면서 성장했다. 2002년 한류 열풍의 원조 드라마인 KBS2 '겨울연가'를 비롯해 '태양의 후예'도 깨지 못한 최고 시청률 42.2%를 기록한 MBC '해를 품은 달'(2012년)도 내놨다.
팬엔터테인먼트의 강점은 탄탄한 작가 군단이다.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의 진수완 작가를 비롯해 SBS '추적자', '펀치', '귓속말' 박경수 작가, MBC '백년의 유산', '전설의 마녀' 구현숙 작가가 속해 있다. 작가의 역량은 배우 캐스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시청률 상승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병원선'은 KBS2 '황진이', '대왕세종', SBS '비밀의 문' 등을 집필했던 윤선주 작가의 작품이다. 특히, 하지원이 KBS '연기대상'에서 '황진이'로 대상을 받게 만들었던 일등 공신이 윤선주 작가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방송 전부터 기대됐다. '사랑의 온도'를 쓴 하명희 작가도 SBS '따뜻한 말 한마디', '닥터스' 등을 통해 필력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성장도 호재로 꼽힌다. 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흥행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련한 제작 PD, 시장에서 인정받는 작가진이 모여 있는 팬엔터테인먼트에겐 유리한 상황이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라는 갑작스러운 기회가 찾아온 현 상황에서는 기존에 보유한 인적 자원으로 선제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유리하다"며 "콘텐츠 산업은 다른 생산 자원과 달리 인적 자원 재분배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업황이 좋아진다고 유능한 제작 인력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흥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제작 인력, 뉴플랫폼을 소구할 수 있는 시장 영향력을 갖춘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