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外 구매·외식 자제 분위기…살아나던 소비에 찬물 끼얹을수도
대한민국이 곳곳에서 불거진 포비아(공포증)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전까지는 전조 현상에 불과했지만 먹거리부터 국가안보까지 불안 요인이 확산하면서 증세가 심화하는 분위기다. 사회 정화작용과 경제 면역력 체계 강화라는 긍정적 시각도 나오지만 포비아 현상이 지속할 땐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생긴 포비아 현상이 한국경제의 주춧돌인 소비를 강타할 조짐이다.
포비아 현상은 국민들이 먹고 쓰는 실생활 중심의 제품에서 퍼지고 있다. 제품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먹거리 포비아는 살충제 계란과 닭고기, E형 간염 돼지고기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일례로 AI(조류인플루엔자)에 이어 살충제 파동을 겪었던 계란의 경우 30개 묶음 한 판 가격이 1만 원 가까이 치솟았지만, 최근 소비를 기피하면서 3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즐겨 찾는 햄거버 역시 불고기버거를 먹은 아이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고 집단 장염 사태까지 겹치면서 업체별로 평균 30%의 매출이 준 것으로 전해졌다.
먹거리 불안이 확산하자, 외식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도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케미컬 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를 키우고 있다. 심지어 요가 매트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된 뒤에는 기저귀 등 다른 실생활 제품까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이 포비아에 따른 구매 기피 현상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를 의미하는 7월 소매판매(0.2%)가 2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탔지만,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까지 꺾이면서 소비 위축을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핵 리스크다. 한반도에 위기가 증폭되면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제외한 전반적인 소비재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소비에서 막힌 ‘돈맥경화’ 현상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실물지표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포비아 현상은 소비자들이 피해의 크기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경기 지표에서도 특히 소비를 필요 이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