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농해수위 의원 8월 이후 4000건 자료 요청에 업무 과부하
연중 계속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방역당국이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리나 싶더니 이번에는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이 물밀듯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전날까지 의원들이 농림부에 요구한 질의 답변 자료는 6694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 8월 이후 들어온 자료 요청은 3965건으로 59%에 이른다.
농림부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지고 의원 보좌진의 국감자료 요구가 쇄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 상반기 40%가량의 질의가 AI와 구제역에 집중됐다면, 60%는 사상 초유의 살충제 계란 파동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농림부 안에서는 매일 쏟아지는 자료 요청으로 업무 마비가 걸릴 지경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피감기관으로서 국회 요구에 성실히 응하는 게 당연한 의무겠지만, 무턱대고 수십 년치 데이터를 달라는 식의 정제되지 않은 주문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감을 겪어본 재선 이상 의원들은 맥을 알기 때문에 핵심 내용에서 최신으로 업데이트된 정도의 자료를 요구한다”며 “초선 의원들은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무차별 요구를 하다 보니, 곳곳에서 수치를 찾고 정리하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올해에는 특히 AI에 더해 살충제 계란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예년보다 자료 요구가 훨씬 많다”며 “민감한 내용이다 보니 자료 제작에도 신중을 기하면서 부처 내 전반적인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최근 해양수산부 노동조합은 “일부 의원의 필요 이상의 과도하고 즉흥적인 자료 요구로 고유 업무를 못 보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감을 앞둔 의원들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농해수위 자료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