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대점서 ‘더부스’와 크래프트 비어·안주류 선보여
수년째 매출 하락을 고심하던 던킨도너츠가 맥주 판매로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장기 불황과 시장포화로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류 판매까지 영역을 파괴해 매출 부진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C그룹 계열사인 BR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는 도너츠와 커피는 물론 맥주와 감자튀김까지 함께 파는 콘셉트 매장을 열었다.
던킨도너츠 홍대점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크래프트 비어 스타트업 ‘더부스’와 제휴해 대강 페일에일, 국민 IPA, 긍정신 레드에일, 흥맥주 스타우트 등 총 9종(생맥주 4종, 병맥주 5종)의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를 판매한다. 감자튀김, 해쉬브라운, 메이플 베이컨 스틱 등 간단한 핑거푸드도 함께 선보인다.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젊은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메뉴와 색다른 감성의 공간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던킨도너츠에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이유는 매출이 계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BR코리아 내 던킨도너츠사업부 매출액은 17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2010년까지 매출 신장세를 보이던 던킨도너츠는 2011년 성장 정체에 이어 2012년부터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후 4년새 매출이 18%나 감소했다. 2000억 원을 넘기던 연 매출도 2014년 이후1000억 원 후반대로 하락, 매년 100억 원씩 줄고 있는 추세다. 매장수도 지속 감소해 2013년 903개에서 지난해 780개로 123개나 폐점했다.
던킨도너츠가 최근 몇년새 매출 감소를 겪게 된 것은 커피전문점의 성장, 다양한 디저트 프랜차이즈이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취급 제품이 도넛으로 한정적인데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고급 디저트와도 맞붙게 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미국 본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미국 내 새로 개점하는 일부 매장은 간판에 도너츠를 뺀 ‘던킨’만 내보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이태원 1호점을 시작으로 수도권과 부산, 대전 등 대도시 위주로 점포수를 확장해온 던킨도너츠는 2008년에는 국내 디저트 시장에 ‘도넛 열풍’이 불면서 명동 본점의 하루 매출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 한 때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다가 경쟁 심화와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던킨도너츠가 맥주 판매를 시작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다시 끌어모을지 주목된다. 이미 커피전문점 폴바셋과 투썸플레이스, 커핀그루나루 등은 일부 점포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맥주를 기호품으로 여기는데다 맥주를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한 몫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역 파괴로 매출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맥주 판매를 시작하며 열풍을 기대했지만 판매가 저조해 올 2월 맥주 판매를 중단했다.